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8번 유형 : 에스더
1. 왕후가 된 고아, 에스더
역경과 환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 힘을 내며 다질 때 잘 쓰는 말이 있다. ‘죽으면 죽으리라!’ 담대함과 강인함의 표현치고 이보다 더 강할 수는 없다. 죽을 각오를 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강한 표현이 성서 인물 가운데서 바로 에스더에게서 비롯된 것임은 우리가 다 잘 아는 사실이다.
에스더의 성격이 워낙이 강해서 그럴 수 있겠으나, 그 이야기 속에는 하나님의 이름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마틴 루터는 일찍이 말하기를 ‘나는 그 책이 너무 싫어서, 아예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한 일이 있다. 그만큼 사람을 강조하면 하나님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말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한 사람들을 두고 흔히 영웅호걸이라든가 여걸 또는 여장부라 일컬었다. 에니어그램 8번 유형은 어려서부터 강한 성격으로 자라났다. 이른 나이에 독립심이 발달하여 홀로 서기를 시작한다. 자연히 자기의 일은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하는 타입이 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자수성가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서 자기는 엄마로부터 독립하였다고 생각하는 데 비하여 자기 또래들은 엄마의 치마꼬리를 붙들고 다니니까 좀 우스워 보인다. 그래서 또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고 지휘 통솔하는 버릇이 든다. 이런 성격으로 형성되는 아이들은 키가 작으면서도 저보다 덩치가 훨씬 큰 아이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골목대장 노릇을 곧잘 한다. 보스 기질이 일찌감치 강화된다.
그러자니 누가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만약 스스로 약해 보이면 누군가 치고 들어온다는 음모 이론이 머리 한 구석에 자리 잡는다. 약점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며 긴장한다. 자연히 스스로 늘 강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아이들이 잘 쓰는 말로 목에 힘주고 어깨에 힘을 넣는 버릇이 자신도 모르게 강해진다. 힘의 소재나 흐름에 매우 민감하다.
에니어그램 8번 유형의 유아기 기원을 살펴보면, 만 여섯 살 전후하여 어머니와 양가적 감정을 가지고 자란다. 엄마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애증이 엇갈린다. 어머니가 자기를 사랑하는 줄은 알지만, 왠지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있고, 사랑은 있지만 아버지의 사랑보다 덜 할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 일찍이 고아가 된 에스더가 양모와의 관계에서 이런 애정 경험을 한 까닭에 강한 성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에스더는 사촌 오빠 모르드개의 양녀가 된다. 일반적으로도 오빠와 동생 사이가 더 가깝고, 올케와 시누이 사이는 미묘하거나 긴장이 있기가 쉽다. 더욱이 시누이의 성격이 에스더처럼 강하고 보면, 양모가 된 올케가 사랑해줘도 에스더로서는 양가적인 감정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개 강한 여성들은 어려서도 또래 남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에스더라는 이름은 바빌론의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에서 왔다. 그의 유대인 본명은 도금양이란 식물을 뜻하는 하랏사였다. 이렇게 이름 자체에서도 여신의 특성이 내비치는 그는 여성으로서는 성서에 드물게 등장하는 영웅이 된다. 아하수에로의 둘째 부인이 되어 왕후가 된다. 그는 몸매와 얼굴이 아름답기도 하였으나 그보다도 똑똑하고 용맹스러웠다.
에니어그램 8번 유형은 상대적으로 다른 성격 유형에 비하여 일찍부터 생존 전략에 강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손에 넣고야 마는 기질이 강하다. 그만큼 자기 보존에 본능적으로 민감하며, 거기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는 데 있어서도 열심이고, 강인한 성격으로 자라난다.
2. 대결하는 에스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푸는 방식이 성격에 따라서 다르다. 움츠러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대결하며 공격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있다. 성서에서 에스더서를 읽으면서 에스더의 대결하는 모습을 보면, 에니어그램 8번 유형에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대결형의 전형적인 인물을 만나는 셈이다.
에니어그램에 입각하여 아홉 가지 성격 유형을 살필 때, 어떤 유형은 평균 상태에 있으면, 무해무덕한 사람이 있다. 남을 별로 불편하게 하지도 않고, 또 남들로 인하여 불편을 잘 겪지도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8번 유형처럼 강한 성격은 평균 상태에 있어도 주위 사람들을 긴장시키거나 불편하게 만들기가 쉽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에스더는 교과서가 설명하는 특징을 각본으로 써내려간 극본과도 같다.
이런 뜻에서 여기에 서술하는 8번 유형의 평균 상태와 에스더서를 나란히 펼쳐놓고 읽어보는 것도 참고가 되겠다. 즉, 평균 상태의 8번 유형들은 자족하는 것과 자기의 힘을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하여 쓰고자 한다. 그들에게 재정적 자립이 매우 중요하다. ‘거친 개인주의자’로서 부지런한 장사꾼 또는 기업가가 된다.
오만하며, 모험을 즐기고, 위험한 시험도 잘 치르고 또 능력을 입증한다. 강력하고 공격적이며, 확장해가는 힘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포함하여) 환경을 완전히 제압하고자 한다. 제국을 건설하거나 권력 브로커가 되면서 자신의 말이 곧 법이 된다. 자만심이 크고, 자기중심적이며, 매사에 자신의 뜻이나 비전을 남에게 덮어씌운다. 주변의 사람들을 자기 자신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들의 필요를 존중하지 않으며, 마치 자기 소유처럼 다루며 오만하게 명령한다.
이들은 주종 관계를 잘 이룬다. (섹스와 공격성을 섞어 가면서 조잡하거나 야비하게 잘난 척하며 허장성세를 부린다.) 이들은 고집대로 밀고나가며, 대립적이고 호전적이며, 밀어붙이고, 도전적이며 적대 관계를 만들고 또 즐긴다. 매사를 의지력의 시험장으로 삼으며 뒤로 물러나는 법이 없다.
보복에 대한 위협이나 공포심을 이용하여 남으로부터 응낙을 강제로 끌어내거나 그들이 균형 감각을 잃게 만들거나 무력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 불안전하거나 억압당하는 느낌을 갖게 되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분개하고, 밀어붙이는 8번 유형들을 미워하게 되며, 어쩌면 한데 뭉쳐서 대항할 가능성도 생긴다.
이와 같은 특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이와 똑같지는 않으나 위기에 처했을 때, 에스더가 처신한 것을 보면 역시 8번 유형의 강인함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양부이자 후견인이 권력자 하만과의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서 그 땅의 모든 유다 사람들이 학살당하게 될 위기에 빠졌을 때 에스더는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한다.
고대 궁중의 법이 엄격하였다. 임금이 부르지 않는데 ‘왕에게 다가가는 자는 남자든지 여자든지 모두 사형으로 다스리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에스더는 ‘죽으면 죽으리라’ 각오하고 나선다. 대결하는 성격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나중에 하만을 몰락으로 내모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일이다.
3. 강력한 여걸, 에스더
‘위기에 강한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 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에니어그램 8번 유형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평소에 상황 인식과 판단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 데 있어서도 남달리 빠르고 강한 면모를 드러낸다.
이들은 또한 도전 정신이 강하다. 문제가 있으면 피하거나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부딪히며 돌파하거나 혁파한다. 누가 도전해 와도 응전 또한 강하다. 생각을 하거나 말을 해도 자신을 뚜렷하게 내세우는 데 강한 심리가 그렇게 나타난다. 에스더가 드러내는 모습이 그러하다. 사실을 말할 때에도 확신을 가지고 명백하게 겁 없이 말하는 힘이 있다.
8번 유형은 대체로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다. 흔히 사람들이 자기 성격을 소개하라면 우유부단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8번 유형들은 이것과 거리가 멀다. 에스더가 보여주는 것처럼 자기가 하는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에 대하여 자신감이 있을뿐더러 결정적이고 단호한 태도를 늘 지니고 산다. 어떤 상황에서도 움츠러드는 법이 없다. 워낙이 세 불리하면 이른바 작전상 후퇴를 하는 경우는 있으나, 이것 역시 다음 기회에 강공할 기회를 엿보기 위함이라 스스로 생각한다.
하만이 유다인을 모두 말살하려고 계획하였을 때, 웬만한 여성으로서는 그야말로 그런 말만 들어도 기절초풍할 지경인데, 에스더는 과연 여걸답게 스스로 금식을 단행할뿐더러 ‘어서 수산에 있는 유다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시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게 하십시오. 사흘 동안은 밤낮 먹지고 마시지도 말게 하십시오.’ 하고 모르드개에게 전하라고 명한다. 일대 회전을 앞둔 장수의 결연한 의지와 태도를 보여준다.
에니어그램 8번 유형은 평소에도 지혜를 번득이며 강자의 이미지와 함께 나타내지만 위기의 상황 속에서는 여유 빈틈없는 모습을 보인다. 금식한지 사흘 째 되는 날 대궐 안뜰로 들어가서 대왕을 만나는 장면에서도 그렇거니와 하만을 함정에 몰아넣는 데서도 에스더의 여걸다운 기개와 아울러 빈틈없는 지혜가 배합되어 나타나는 것을 목도한다.
지도자형으로서 8번 유형은 생각하는 면에서나 말하는 면에 있어서도 명백하기 때문에 토론이나 논쟁에 있어서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성격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지휘하고 통솔한다는 자각이 강하기 때문에, 만약 자기보다 더 강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상황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권토중래를 꾀할 상황이 아니라 판단되면, 에스더가 외친 것처럼 ‘죽으면 죽으리라’ 하면서 불퇴전의 용기와 지혜를 집중한다.
에스더가 분명히 드러낸 것처럼 8번 유형의 여걸과 지도자형은 관계를 맺어도 감정을 공유하는 바탕에서가 아니라 생각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바탕에서 맺는다. 그만큼 감성적인 면에 대하여 내면에서는 어린만큼 정이 많으면서도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약자의 모습이라 여기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피하거나 감추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걸 에스더는 속으로는 부드럽고 약한 감성적 측면이 있었어도 겉으로는 여걸로서 나타났다.
4. 아량 있는 지도자
강한 지도자가 약한 부하에게 동정심을 나타낼 때, 그런 지도자에게서 사람들은 덕스러움을 본다. 흔히 지휘와 통솔과 명령을 생각하면 장군을 떠올리게 된다. 장수에는 용장, 맹장, 지장, 덕장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은 덕장이다. 장수로서 갖출 것을 다 갖춘 위에 부하 장병에 대한 따뜻한 동정심을 지닐 때, 부하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지닌다.
에스더는 자기와 혈육을 같이 한 유다인들을 말살의 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하여 예지와 용기를 다하고 목숨을 건 투쟁을 함으로써, 왕후가 된 몸으로 동족에 대한 더할 수 없는 사랑을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위기를 호기로 삼아 자신의 사촌 오빠이자 양부인 모르드개를 하만이 앉았던 막강한 자리에 앉힌다.
죽음의 함정에 빠졌던 유다인들은 스스로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였던지, 에스더와 모르드개는 합세하여 하만과 그의 열 아들을 무참하게 죽음으로 몰아넣고, 유다인의 적대자는 모두 죽이게 하였다. 기록을 보면 ‘유다 사람들은 도성 수산에서만도 그런 자들을 오백 명이나 처형하였다(에스더 9:6). 그리고 그들은 원수들을 무려 칠만 오천 명이나 죽였으나, 역시 재산은 빼앗지 않았다(에스더 9:16).’
이런 일은 죽음을 모면한 유다 사람들의 집단심리 때문에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었겠으나, 8번 유형의 에스더가 위기가 고조되었던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여 불건강한 성격으로 나타날 때 무자비해지는 특징이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못한 심리에서 8번 유형은 스스로 파워를 고수하기를 원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남을 압도하려 한다. 완전히 무자비해지고 폭력적이고 부도덕하며 마음이 강퍅해지고 죄의식과 두려움과 그 밖의 어떤 인간적인 감정은 무시한다.
도성 수산에서 살육이 벌어진 다음에 왕이 에스더에게 ‘이제 당신의 남은 소청이 무엇이요?’ 하고 물었을 때, 에스더는 분이 덜 풀린 채 요청한다. ‘임금님께서만 좋으시다면, 수산에 있는 유다 사람들이 내일도 오늘처럼 이 조서대로 시행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살육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부림절 축일이 확정되었고 에스더의 지위는 더욱 튼튼해지고, ‘모르드개는 아하수에로 왕 다음으로 실권이 있었다.’ 그리고 모르드개는 ‘자기 백성이 잘 되도록 꾀하였고 유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도록 애썼다.’ 이 모든 일이 여걸 에스더 왕후의 강한 힘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8번 유형이 건강할 때 드러내는 아량과 큰 도량과 소박함이 기록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 백성에 대한 뜨거운 동정심을 드러낸 면은 보인다 할 수 있겠으나, 모르드개 한 사람의 잘못으로 비롯된 사건에서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살육된 것은 안타까운 일일 뿐이다.
에니어그램의 어떤 유형도 격정에 사로잡히고 불건강한 상태에 빠지면 누구라도 좋을 수가 없으나, 그렇잖아도 강한 8번 유형이 불건강해지면 무자비한 폭군이 되거나 폭력적 파괴분자가 될 만큼 무섭다. 지도자형인 8번 유형이 뜨거운 동정심을 갖고 아량 있는 지도자가 되며 덕장으로서 소박함을 지니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모습이다.
출처 : 공동체성서연구원 김영운 목사님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거짓이 없나니
화평하게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
(야고보서 3:17-18)
너희가 다 마음을 같이하여 동정하며
형제를 사랑하며 불쌍히 여기며 겸손하며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이는 복을 이어받게 하려 하심이라
(베드로전서 3:8-9)
'에니어그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1번 유형 : 모세 (0) | 2016.08.19 |
---|---|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9번 유형 : 아브라함 (0) | 2015.10.14 |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7번 유형 : 솔로몬 (0) | 2015.09.03 |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6번 유형 : 베드로 (0) | 2015.08.15 |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5번 유형 : 요셉 (0) | 2015.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