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7번 유형 : 솔로몬

나효선 2015. 9. 3. 00:48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7번 유형 : 솔로몬

 

1. 만물박사 솔로몬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은 어려서부터 활기차고 말 잘하고, 재미있고 놀기 잘하고 상상력이 높다. 꿈도 많고 생각도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예부터 어른들의 표현으로, ‘아는 것이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다’든가,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다’든가, ‘펼치기는 잘하는데 마무리를 잘 못한다’든가 하는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 많고 상상을 잘하며 활기차다 보니까, 이상주의적이며 열광적이다. 식도락가가 되거나 엔터테이너 기질이 강하다. 그래서 어떤 유형보다도 별칭이 많다. 만능선수, 팔방미인, 만물박사, 식도락가 또는 미식가, 엔터테이너, 에피큐리언, 호사가 등등. 식도락가가 편안할 때는 미식가이지만 스트레스 받고 마음이 편치 않을 때는 대식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넘치는 에너지를 가누기 힘든 만큼 강하게 지니고 살아가는 에니어그램 7번 유형들은 안팎의 고통은 피하고, 만족을 추구하려다 보니까 늘 외향적 활동성이 강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아침에 눈뜨면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쉬지 않고 말하고 행동하며 뭔가를 해야 된다. 이것이 걷잡기 어려울 만큼 지나치게 되면 과잉충동 반응 장애가 되든가 탐닉이 지나쳐서 중독 증세로 나타날 위험도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속성이 강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깊이 빠져드는 성향 때문에 격정이 탐닉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어떤 것이든지 한번 손을 대면,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방면의 전문가 뺨칠 만큼 잘 알고 잘 하게 된다. 그만큼 익숙해졌으면, 그것을 계속해서 즐길 만도 하지만 거기서 구하던 만족을 얻지 못하니까, 또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것은 물건을 사용하는 데서도 곧잘 나타난다. 뭔가 새것이 나오면 그것을 사서 쓰게 된다. 얼마 안 가서 싫증이 나는데, 때마침 최신형이 나오면 얼른 그것으로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런 강박 충동을 이기지 못하면, 속에서 치미는 ‘물욕’ 때문에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이런 증세나 현상이 늘어나면, 구매 중독증 같은 과소비에 빠져들기 쉽다.

 

이 모든 현상이 어려서 물건이나 꿈을 빼앗겼던 박탈감을 경험한 것이 상처로 남아 있어서, 그 내면의 상처를 직면하기보다는 피하려니까 늘 분주하게 움직이고 불만을 해소하려고 바삐 움직이던 습성이 격정으로 형성되면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에는 불평이 자주 생긴다.

 

그러나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과 만족을 현재의 삶과 조건들 속에서 찾기 시작하면,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현존을 경험하고 현재라는 시간에 머물면서, 주어진 것에 대하여 감상하고 음미하면 변화가 시작된다. 외부 조건에서 만족을 찾으려던 관심의 방향을 바꾸어서 내면의 세계에서 안정을 찾으며 절제하기 시작하면, 본래 강한 상상력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로 표현되면서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은 누구보다도 맑은 정신을 지니게 되고 행복하고 명랑 쾌활한 사람이 된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함과 동시에 남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우리는 성서 인물들 가운데서 이런 특징을 솔로몬에게서 찾는다.

 

 

2. 방황하는 솔로몬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은 활기찬 반면에 집중력이 떨어지면 몹시 산만하고 생각이 어지러워지기 쉽다. 어느 정도 평균 상태를 유지할 때에도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도 강하다. 솔로몬에게서 보는 두드러진 특징은 먼저, 다방면에 관심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성서의 기록(왕상 4:32-33)을 봐도 “그는 삼천 가지의 잠언을 말하였고 천 다섯 편의 노래를 지었고, 레바논에 있는 백향목으로부터 벽에 붙어서 사는 우슬초에 이르기까지 모든 초목을 논할 수 있었고, 짐승과 새와 기어 다니는 것과 물고기를 두고서도 가릴 것 없이 논할 수 있었다.”

 

이토록 다양한 능력과 풍부한 지식은 만물박사의 면모를 드러낼 뿐 아니라, 건강하게 통합을 이룰 때면 바로 지혜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지혜에 관한 소문을 들은 모든 백성과 지상의 모든 왕은 솔로몬의 지혜를 들어서 배우려고 몰려 왔다.”(왕상 4:34) ‘솔로몬의 지혜’라고 알려진 그의 재판에서 나타난 지혜는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솔로몬이 드러내는 대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는 풍부하고 화려하다 못해 사치하였다. 그토록 많은 지식을 지닌 임금이었으면 어떻게 해야 좋은 임금이 될 줄 알았을 터인데, 그는 ‘바로’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하나님께 산당에서 제사를 드리면서 천 마리가 넘을 정도로 번제를 드렸다. 후일에 예수가 ‘온갖 영화로 차려입은 솔로몬’을 고사로 인용하여 설명할 만큼 화려하게 살았다.

 

끊임없이 만족을 구하면서 살아가던 솔로몬 왕은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모습이 그의 여성 편력에서도 나타난다. ‘솔로몬 왕은 외국 여자들을 좋아하였다.’ 바로의 딸 말고도 ‘많은 외국 여자들을 후궁으로 맞아들였는데, 그 수가 칠백 명의 후궁에다 삼천 명의 첩실이 있을’ 정도였다. 자연히 여자들에게 마음을 빼앗긴 솔로몬 왕은 늙어가면서 그들의 꼬임에 빠져 다른 신들을 따르게 되었다.

 

에니어그램 영성 수련에서 ‘아무 것도 지나치지 말라’는 것을 중요하게 가르치며, 마음을 갈고 닦도록 훈련시킨다. 모두가 명심해야 할 가르침이지만, 우리가 솔로몬의 방황하던 때의 모습에서 보듯이 에니어그램 7번 유형들이 특히 주목하고 유념하여 수련해야 할 가르침이다. 7번 유형이 건강하지 못할 때에는 무절제한 삶으로 세월을 보낸다. 현재는 텅 비어있고, 미래에 집착하며 뭔가 새로운 만족을 찾을 궁리만 하게 된다.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은 일반적으로 놀고,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기질이다. 조금만 절제하지 못하면, 파티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는 것만을 쫓는다. 고민 같은 것도 쾌락을 추구하며 잊어버리려는 속성이 강하다. 그래서 가까운 친구들과 어울리기는 잘해도 고민을 들어줄 여유는 별로 없다. 자신이나 남에게 있는 아픔이나 고통 같은 것은 덮거나 잊으려는 경향이 있다.

 

‘솔로몬의 마음이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떠났다’(왕상 11:9)고 성서가 증언하는 대목에 이르고 보면, 솔로몬의 방황이 마침내 방탕과 공황으로 발전한 모습을 본다. 격정에 빠져서 휘둘리다 보면, 7번 유형은 엄청나게 망상적으로 비현실적인 판을 벌이게 된다.

 

 

3. 지혜의 솔로몬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이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이 산만하거나 마음이 불안정하면, 1번 유형의 격정으로 옮겨가면서 퇴화한다. 그렇게 되면 화를 잘 낸다. 화를 내고나서도 반성을 별로 안 한다. 그리고 공격적이고 욕을 잘 한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 때는 5번 유형의 덕목으로 옮겨간다. 그렇게 되면 생각이 깊고 지식이 풍부해지고 지혜가 넘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7번 유형들에게는 건강한 5번 유형이 이상형으로 보인다. 그만큼 자신들이 5번 유형의 덕목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7번 유형이 평소에는 생각이나 꿈이나 계획이 너무 많아서 산만하고, 마치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그러나 창조적인 생각이나 계획을 하고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창조에 동참하려는 자세로 창의성을 살리면, 우선순위가 설정된다. 따라서 생각이나 계획이 일목요연하게 정립되고 맑은 정신이 생긴다.

 

이렇게 7번 유형이 건강한 상태에 이르면, 고전적이고 외향적인 이들은 바깥 세계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강한 만큼 일에 대한 추진력도 대단하고, 순발력과 함께 지혜도 높아진다. 스스로 하는 일 뿐 아니라 모든 경험에 신나하면서 발랄하게 생기가 솟는다. 자연히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하고 쾌활하게 자극을 준다.

 

건강할 때의 솔로몬 왕을 생각하면, 바로 이런 면에서도 에니어그램 7번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부왕 다윗은 비전을 지녔으면서도, 이루지 못한 성전 건축의 꿈은 솔로몬 왕이 이루었다. 무려 열세 해에 걸려 지은 솔로몬의 궁전은 창조와 예술 그 자체였다. 성전과 궁전에 필요한 집기와 기구를 갖춘 데서도 솔로몬 왕의 심미안과 취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언약궤를 마침내 완성된 성전으로 옮긴 다음에 솔로몬 왕이 행한 연설(왕상 8:14-21)과 그 다음에 올린 기도(8:22-53), 그리고 이스라엘 온 회중에게 한 축복(8:54-61)은 솔로몬의 지혜를 유감없이 나타낸 것이었다. 이런 바탕에서 성전 봉헌을 하면서 이스라엘 온 회중과 더불어 솔로몬 왕이 민족의 대축제를 벌인 것은 생각만 해도 감탄스러울 뿐이다.

 

심지어 스바 여왕이 ‘시험해 보려고 솔로몬을 찾아 왔다.’(왕상 10:1-13) 여왕이 묻는 온갖 물음에 척척 대답한다. 솔로몬이 몰라서 여왕에게 대답하지 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솔로몬이 온갖 지혜를 갖춘 것을 확인하고’, 스바 여왕은 마침내 고백하였다. ‘임금님께서는 내가 들은 소문보다 지혜와 복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토록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이 건강할 때는, 솔로몬에게서 보듯이 생각과 감정이 조화되고 균형이 이루어진다. 그런 바탕 위에서 행동하게 되니까 통치자로서도 위용을 떨쳤다. 세금을 확보함으로써 뿐만 아니라 무역과 외교를 통하여 나라를 융성케 하였다. ‘솔로몬 왕은 재산에 있어서나 지혜에 있어서나, 이 세상의 그 어느 왕보다 훨씬 뛰어났다.’(왕상 10:23)는 성서의 기록 앞에서 우리는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이 지혜와 에너지를 조화시킨 건강한 특성을 본다. 지혜의 솔로몬은 그래서 만물박사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4. 감사하는 솔로몬

 

누구라도 바라는 것이 많고 기대가 크면, 불평 또한 많고 불만도 크기 쉽다. 이런 면에서, 에니어그램 7번 유형들이 꿈도 소원도 많고 만족을 추구하는 데 비하여 불평불만도 많기가 쉽다. 물질이나 생각이나 계획이나 꿈이나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채워지지 않거나 얻을 수 없게 되면, 속상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쉽게 좌절하고 중도 포기하게 된다. 이는 7번 유형이 만 6세 전후해서 엄마에게 빼앗긴 경험이 있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여 박탈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7번 유형은 유아기의 기원이 어머니와 부정적인 관계였음을 나타낸다.

 

속마음의 불만이나 어릴 적부터 안고 온 상처를 외면하면서, 밖으로 나가려는 강한 힘에 끌리고, 고통을 피하려는 성향 때문에 자극적인 것을 찾고, 무엇이든지 스스로 분주하게 관심을 돌릴 만한 것을 갖고자 노력한다. 그래도 잘 안되면 공격성이나 현실 도피성이 나타난다. 결국 내면의 불안정 때문에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자기 존재에 대하여 민감해지고 내적 수련을 하여 격정을 바르게 다루기 시작하면, 누구보다도 지혜롭고 행복하게 된다. 이들이 자신에게 충일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균형을 잡기 시작하면 참으로 놀랄만한 창의성과 능력을 나타낸다. 창조의 세계를 기쁘게 감상하고 경축하게 되면, 그들의 장점으로서 맑은 정신이 든다. 소유나 사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특히 존재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끼고 그 고마움을 표현하면, 더욱 더 밝아지고 명랑해진다. 7번 유형은 특히 자신의 행복을 남에게 나누고 펼치면, 그럴수록 자기는 더욱 행복해진다.

 

솔로몬 왕은 지혜로운 제왕적 철학자였다. 삶 자체를 음미하고 감상할 줄 아는 건강한 모습을 그에게서 발견한다. 성서에서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영성의 높은 경지가 감사하는 삶이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바울의 권고도 있다. ‘범사에 감사하라.’ 어떤 처지에서도 감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나님의 은총과 섭리 가운데서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자신의 삶의 목적과 목표를 깨닫고 확인할 때에 가능한 일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솔로몬 왕이 역사적인 성전 건축을 완성하고 봉헌하면서 행한 연설과 하나님께 드린 기도와 회중에게 축복한 내용을 살피면, 그의 철학과 신앙고백과 아울러 나타나는 감사하는 영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이렇게 기도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주님은…세우신 언약을 지키시고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왕상 8:23)

 

과연 어떤 처지에서도 감사하는 것은 영성의 극치라 할 수 있다. 특히 7번 유형이 감사하는 삶을 이어갈 때 그만큼 보기에 아름다울 뿐 아니라 스스로도 행복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아주 행복하고 건강할 때 7번 유형들은, 솔로몬이 그랬던 것처럼 여러 가지 경험들을 내면의 심층에서 동화시키며 창조적으로 감상할 줄도 알고, 예술적으로 감사하는 표현도 할 줄 안다. 자기 자신의 존재와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기쁨에 넘친다. 요컨대 7번 유형이 높은 상상력과 넘치는 에너지를 내면의 안정과 더불어 균형을 잡으면, 솔로몬 왕이 누렸던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공동체성서연구원 김영운 목사님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잠언 3:6)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

(에베소서 4:15)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