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5번 유형 : 요셉
1. 꿈쟁이 요셉
한 사람을 보면서 어느 한쪽 면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흔히 요셉을 꿈쟁이라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7번 유형의 ‘꿈꾸는 사람’과 혼동하기가 매우 쉽다. 꿈이라는 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전혀 다른 모습이나 뜻을 발견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꿈꾸는 사람은 이상주의자로서 꿈을 꾸는 것을 말한다. 생각이 많고 계획이 많아서 때로는 산만하고, 어지럽기까지한 사람을 두고 말한다. 누가 그런 사람에게 충고하려면 ‘꿈 깨’라고 말할 정도이다. 여기에 비하여 요셉을 꿈쟁이라고 부르는 데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요셉은 밤에 자다가 꿈을 꾼 이야기를 과시하면서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꿈뿐만 아니라 남이 꾼 꿈도 해석을 잘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현대 의학이나 심리학에서 과학으로 밝힌 바에 의하면, 건강한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보통 일곱 여덟 번 꿈을 꾼다고 한다. 그런데 특별히 요셉처럼 꿈쟁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여기에 비하여, 이들은 꿈을 잘 기억한다.
둘째, 이들은 꿈을 기억하며 그 뜻을 찾는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설령 꿈을 기억한다 하여도, 그 뜻을 모르거나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흔히 ‘개꿈’이라 하면서 지나친다.
셋째, 꿈을 기억하고 또 생각하면서 그 뜻을 찾는 사람들은 해몽, 즉 꿈을 해석하려 한다. 이런 일을 자주 되풀이하면서 관심을 집중하니까 남달리 해몽을 잘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에도 꿈뿐만 아니라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 자연히 분석이나 관찰, 해석을 잘하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어린 시절의 요셉은 자기가 꾼 꿈을 형들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 해석을 곁들여 자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징에 덧붙여서, 요셉은 형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동떨어져 있다. 형들과는 소원한 관계에 놓여 있다. 더욱이 ‘형들의 허물을 아버지에게 일러바치곤’(창 37:2) 하였다. 자연히 관찰과 경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형제들과 나이 차이가 있는 것까지 겹치고 보면, 들에 함께 나가는 일도 뜨막해지기 십상이다. 결국 외딴섬 같이 된다.
이상과 같은 몇 가지 특징만 살펴봐도 요셉은 아홉 가지 에니어그램 성격 유형 가운데서 5번 유형에 가장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다. 5번 유형은 어려서부터 관찰을 잘하고, 생각이 많고, 궁금증 또한 많아서 질문을 잘한다. 심리적으로 공허한 것을 기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머리든 주머니든 텅 비는 것을 싫어하거나 두려워한다. 그러니까 자연히 채워 넣으려는 경향이 강화된다.
늘 지식이라는 함정에 빠질 속성이 강하다. 아주 어려서부터 질문을 잘하는 어린이가 문자 해독을 하면서부터는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사람들에 대해서는 책으로 지식을 얻지 못하니까 질문을 하게 된다. 사물이나 환경에 대해서는 질문하기가 쉽지 않을 경우에도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으니까 관찰을 열심히 한다. 5번 유형은 그래서 자신이 속한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지식을 채우려는 욕망은 큰 데 비하여 텅 비는 것을 싫어하니까 자칫하면 인색해지기 쉽다. 5번 유형의 격정은 바로 인색이다.
2. 시련을 이기는 요셉
에니어그램 5번 유형은 지식과 정보에 대한 욕망이 크다. 그들의 격정이 인색으로 잘 나타나는데, 이것이 발전하면 탐욕으로 나타난다. 본디 지식을 더 얻겠다는 함정에 빠져서 보다 더 많은 지식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습성이 지식뿐만 아니라, 원하는 것이면 물건이든 뭐든 채우려는 속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들은 남이 보기에는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자신들은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충분히 알았다고 확신하기 전에는 잘 움직이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심지어는 ‘돌다리도 두들기고 안 지나간다’는 말을 들을 정도이다. 그러나 격정에 사로잡히거나 휘둘리는 경우가 아니면, 5번 유형은 매우 분석적이고 강력하게 현실에 개입하는 힘이 있다.
5번 유형은 늘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격정에 빠지지만 않으면, 상황이나 환경을 잘 이해하고 적응한다. 요셉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첫 번째로 만나는 극적인 장면은 형들의 죽일 음모로 웅덩이에 던져졌다가 대상들에게 팔려 이집트로 가게 된 것이다. 바로 임금의 경호대장인 보디발에게 팔려간 요셉은 그의 신임을 사서 빼어난 관리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요셉은 5번 유형이 시련을 극복하며 환경에 적응할 만큼 건강해질 때 드러내는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의 특징을 나타낸다. 보디발이 노예로 팔려온 요셉에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맡겨서 관리하게 하고, 자기의 먹을거리를 빼놓고는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았다’(창 39:6)고 할 만큼 두터운 신임을 받고, 전권을 위임받다시피 하였다.
보디발의 집사장으로 집안의 모든 일을 관리하게 된 ‘요셉은 용모가 준수하고 잘생긴 미남’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문학의 세계에서 ‘페드라 전승’이라고 일컫는 삼각관계의 사단이 벌어지게 된다. 보디발의 아내가 자기 남편의 신임을 받는 요셉을 유혹하는 사건이 전개된다. 그래도 요셉은 ‘지각 있는 관찰자’로서 상황 판단을 날카롭게 하고, 그 유혹을 물리친다.
그러나 잘생기고 똑똑한 미남을 유혹하려다 실패한 보디발의 아내는 심한 모멸감을 느낀 나머지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결국 그녀의 모함을 받아 요셉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주께서 그와 함께 계시면서 돌보아 주시고, 그를 한결같이 사랑하셔서, 간수장의 눈에 들게 하셨다’(창 39:21)고 기록될 만큼 요셉은 자신의 덕목을 잘 살리고 있다. 5번 유형은 어떤 처지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살겠다는 믿음과 결단으로 살기만 하면 누구보다도 ‘초연’한 영성을 지니게 된다.
5번 유형이 격정을 사로잡고 살 때 나타나듯이, 요셉은 역경 속에서도 자기를 에워쌌던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압도당할 것을 두려워하던 공포를 이겨낸다.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사람들도 자신의 격정에 사로잡히면, 하나님께서 은총을 베푸시고 보호하시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5번 유형인 요셉은 격정을 이겨내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확신하게 되니까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며,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대등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게 된다.
고향에 있을 때, 격정에 휘둘리면서 살던 때에는, 형들과도 동떨어져 살고, 그들과 자신을 대등한 관계로 받아들이지 않고 살았던 요셉이 비교적 건강해지면서, 시련을 이겨내게 되니까 그만큼 초연하게 되고, 감옥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대등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다.
3. 위기 관리자 요셉
에니어그램 5번 유형의 성격은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엇갈려서 경험하고 부모와 동일시하거나 오리엔테이션이 되는 것도 양가적이다. 이를테면, 부모와 친한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느낀다. 양친 부모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애증 관계에 있다. 양친 부모처럼 되고 싶은 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는 말이다.
5번 유형은 대개 부모와 나이 차이가 많아서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양친 부모의 애정을 받아들이고 느끼거나 경험하는 것이 뜨막할 수도 있다. 부모로서는 사랑한다 해도, 자녀가 그 사랑을 느끼고 경험하는 데 있어서 양가적일 수 있다. 속된 말로 ‘늙은이의 막내’같은 사람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아버지 야곱이 ‘늘그막에’ 얻은 아들로서 더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기록되고 있는 요셉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하겠다(창 37:3). 형들과 나이 차이가 많은 것도 그것을 말해준다.
또 다른 경우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녀를 사랑하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서로 싸움을 자주 하면, 자녀의 입장에서는 아버지 편이 될 수도 없고 어머니 편이 될 수 없어서, ‘엉덩이를 쑥 빼듯이’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게 된다. 이것이 습성이 되면서 5번 유형의 성격으로 형성되며 결정된다.
어떤 경우이든지 5번 유형은 양친 부모와 양가적인 관계에서 자라기 때문에 관찰하고 생각하고 분석하는 일이나 묻고 해석하는 노력을 일찍부터 많이 하게 된다. 요셉의 경우는 이런 속성과 성향을 많이 지니고 자랐다. 그러나 같은 범주의 5번 유형이라 할지라도 아버지가 ‘더 사랑하여서, 그에게 화려한 옷을 지어서 입혔다’(창 37:3)고 하는 것을 미루어 보자면 요셉은 위험이나 곤경에 빠질 때 위축되는 5번의 특징을 드러내기보다는 건강한 5번의 면모를 보인다.
에니어그램의 4번, 5번, 9번 유형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개 평균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위축되기를 잘한다. 그러나 통합의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성숙한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 오히려 독창적인 힘을 발휘한다.
요셉이 이집트로 팔려간 뒤에, 보디발의 집에서 생긴 일이나 감옥에서 시종장의 꿈을 해석해주며 위기를 극복하는 데서 5번 유형의 강한 에너지가 나타나는 것을 본다.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와 용기를 본다. 마침내 이집트의 총리대신이 되어서 칠 년 가뭄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난을 해결하고 백성을 살리는 요셉에게서 그야말로 위기관리자의 탁월한 능력을 보게 된다.
5번 유형은 지식과 생각이 많은 반면에, 지나치게 분석적인데다 조심성이 더하여 위축되면 몸이 무겁고 행동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음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그러나 건강한 상태에서 자신의 격정을 꽉 잡고 통합의 방향으로 가면, 8번 유형의 장점으로서 지도력을 발휘하게 된다. 누구에게 꿀릴까봐 전전긍긍하거나 배반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도 떨쳐버리고 소박한 지도자로서 남을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지식과 지혜와 분별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모두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나서게 된다.
우리는 ‘열일곱 살 된 소년’ 요셉이 생의 첫 번째 위기를 맞이한 때부터 강대국 이집트의 총리대신이 된 시점에 이르기까지, 숱한 어려움과 위기를 이겨낸 요셉에게서 선구자적인 비전을 본다. 이해심이 넓고, 지혜와 분별력이 높고, 지각 있는 사람으로서 상황 판단을 잘하고,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충만한 마음으로 남들을 지원하는 5번 유형의 진면모를 요셉에게서 확인한다.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모습이다.
4. 용서와 지혜의 요셉
흔히 5번 유형은 지식이란 함정에 빠지고 따라서 공허를 기피한다. 뭔가 텅 빈 상태를 못 견뎌한다. 그래서 뭔가를 내어놓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심리현상으로 보면, 자신이 잘못하였을 때에도 사과하기 힘들고 남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기 마음을 내어놓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5번 유형의 격정은 인색으로 잘 나타난다.
그러니까 5번 유형의 사람이 사과도 온당하게 잘하고, 남의 잘못을 용서한다면, 그는 건강한 성격이라 생각된다. 용서는 풀어주는 것이고, 놓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서른 살에 이집트의 총리가 된(창 41:46) 요셉이 형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야말로 이산가족 재회의 감격을 가슴 속 깊이 묻어두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격정을 잘 붙들고 다스릴 수 있는가를 본다.
특히 ‘요셉이 통역을 세우고’(창 42:23) 형들과 이야기할 때, 간첩의 누명을 씌우고 막내 동생 베냐민을 데려오도록 하였을 때의 장면을 떠올린다. 르우벤을 비롯하여 자기 형들이 요셉이 못 알아들을 줄 알고, 자기네끼리 (요셉의) ‘애원을 들어 주지 않은 것 때문에’ 벌을 받고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고 한탄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요셉은 듣다못해 ‘그들 앞에서 잠시 물러가서 울었다’(창 42:21-23)고 기록되어 있다. 5번 유형은 보통 때는 감정과는 거리가 있고 냉정하게 생각만 하는 사람이지만, 요셉의 경우처럼 감정이 풍부해지는 경우는 균형이 잡힌 상태라 할 수 있다.
막내 동생 베냐민은 한 어머니 라헬의 소생이기에, 그를 만난 요셉은 친동생과의 재회의 감격 때문에 ‘마구 치밀어 오르는 형제의 정을 누르지 못하여, 급히 울 곳을 찾아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서 한참 동안 울고, 얼굴을 씻고 도로 나와서, 그 정을 누르면서’(창 43:30-31) 밥상을 차리라는 등 일 처리를 침착하게 해나간다.
드디어 ‘요셉은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기가 누구인지를 형제들에게 밝히고 나서 한참동안’ 울었다(창 45:1-2). 그러고 나서 오늘 우리가 봐도 대단히 중요한 신학적 의미가 담긴 이야기를 한다. ‘내가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책하지도 마십시오. 형님들이 나를 이곳에 팔아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이 형님들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창 45:4-5).
5번 유형이 회개하고 변화하며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살겠다고 분별하고 결단할 때, 초연한 자세와 영성을 갖추게 되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에니어그램 수련에 있어서 자신이 당한 고난을 ‘필요한 고난’으로 그리고 ‘자발적 고난’으로 받아들이고 살면서 그 고난을 대가로 지불하며 수련에 정진하는 사람만이 얻는 영성의 경지를 보여준다.
요셉은 이런 경지에 이른 사람으로서 형들에게 복수하는 대신에 위로하며 용서하고, 구원자이신 하나님의 은총을 재확인한다. 구약에서 ‘고난 받는 종’의 주제를 제일 먼저 보여 주는 듯하다.
이미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의 이름을 지으면서 ‘고난’을 잊어버리게 하신 뜻과 ‘번성’하게 해 주신 섭리를 확인하였던 요셉이다(창 41:51-52). 형들을 용서하고, 함께 올라가 아버지를 다시 뵙고 재회의 감격을 맛본 요셉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형들을 안심시킨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구원의 출애굽 사건을 비전으로 제시한다.
출처 : 공동체성서연구원 김영운 목사님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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