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성서 인물과 에니어그램 역동성 8번 유형 : 소탈한 지도자

나효선 2014. 11. 11. 00:15

성서 인물과 에니어그램 역동성 8번 유형 : 소탈한 지도자

 

어려서부터 골목대장이나 우두머리 기질로 자라난 8번 유형은 늘 강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약하게 보이면 누군가 치고 들어올 것 같은 음모론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목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올라간다. 그러나 겉으로는 힘을 드러내면서도 속으로는 문득 허약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들은 진정한 힘은 겉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속에 알차게 갖추어져서 ‘내공’이 있어야 생기는 것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누구나 힘을 쓰는 과정에서 잠재력의 일정 부분을 사용한다. 안팎의 배분을 생각할 때, 힘을 겉으로 많이 드러내면 속이 약해지고, 반대로 속으로 힘을 많이 축적하면 겉이 약해 보인다. 늘 대결하고 주장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밖으로 힘을 많이 끌어내 쓰니까 속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겉보기에는 강한데 속은 약하기 쉽다. 그런 사람은 마음이 약하다는 말을 듣는다.

 

8번 유형은 대체로 누군가를 동정한다든가 부드럽게 대하는 것 자체를 약자의 태도 또는 감상주의적 태도로 치부하며 혐오한다. 약자를 보고 뜨거운 동정심을 가져야 덕이 될 뿐 아니라 스스로 진정한 강자가 되는 줄 모른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의 힘과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짐짓 동정심을 베풀기도 하는데 이는 힘을 과시하는 방편이 될 뿐이다.

 

일찍부터 독립적인 생활을 하며 용맹과 지혜를 갖추고 자라난 다윗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일찍이 힘의 본질을 바로 알고, 힘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더러 분별 있게 사용해 역사에 빛나는 다윗 왕조를 일구었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인 오만과 탐욕을 제어하지 못해 말년에 부끄러움을 당한다. 성군이라도 격정에 사로잡히면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다윗에게서 목도한다. 다윗이 권력을 선용할 수 있었던 것은 왕위에 오르기 전 오랫동안 형언하기조차 어려운 고난을 ‘자발적 고난’으로 받아들이고 견뎌내며 자기 수련이 된 결과였다. 12지파/부족을 통합해 통일 왕국을 이루고 부국강병책을 살리며 예술 감각까지 겸비해 통치했으니 그를 성군이라 부를 만했다. 권력이 하나님에게서 온 것임을 자각할 때는 스스로 권위를 유지했고, 그것을 망각할 때는 위기에 빠졌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결단의 말로 잘 알려진 에스더는 포로로 끌려간 사람들 가운데 고아의 몸으로 페르시아의 왕비가 된다. 위험에 도전하며 공격적이고 대결적인 자세로 헤쳐 나가는 여걸의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반대자들에게 무자비한 보복으로 나타나기 쉽다. 에스더는 ‘자기 일은 스스로 하자’를 좌우명으로 삼는 8번 유형의 기질에다 고아로 자라난 특성이 자기 보존 본능과 사회적 본능을 합쳐서 강화했을 것이다. 자연히 성적 본능은 미숙하고, 동시에 친소(親疎) 본능은 부실했다. 그런 이들은 자칫하면 독불장군이 되고, 특히 위기에 빠지거나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복수 심리나 공격 본능이 자극되어 힘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복수를 하면 무자비하게 한다. 에스더 이야기에서는 하나님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특색이다.

 

헤롯 대왕은 ‘권력의 화신’이라 할 만한 인물이다. 마치 권력을 위해 태어났고 권력을 위해 살았던 사람 같다. 그러나 약자를 보호하며 뜨거운 동정심과 인애한 마음으로 통치할 때 성군이 되고, 소박하고 소탈한 지도자가 되는 법이다. 헤롯은 이를 뒤집어서 살았다. 권력을 과시하다 못해 남용했다. 권력 획득을 목적으로 삼는 권력자는 생태적으로 권력을 선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끌어안고 간다. 왕족이나 유대인도 아니면서 로마의 실력자 안토니우스에게 아부하며 권력을 획득한 헤롯은 태생적으로 권모술수에 능하고 무자비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권력 안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오판일지라도 위험을 느끼면 직계가족조차 가차 없이 처단했다. 예수 탄생 직후에 이루어진 영아 학살은 그 극치를 보여준다. 헤롯이 세상 떠나던 해의 일이었다.

 

8번 유형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은 권력에의 의지다.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대결적인 자세로 살려는 성향과 습관이 있는 사람은 남녀를 막론하고 자기 힘으로 남을, 특히 약자를 보호하고 섬기려는 자세로 살아갈 때, 진정한 힘이 나타난다. 힘을 의식할수록 이는 속으로만 간직하고 겉으로는 소박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사랑을 보여 주면 덕치가 이루어진다. 이런 이들은 장군 중에서도 덕장이 되어 존경받는다. 이는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특히 힘에 대해 남달리 본능적으로 민감한 8번 유형에게는 더욱 필요한 진실이다. 즉, 힘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자세로 다루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힘을 쓰는 과정에서 목적 달성을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안 되면 그들에게 강압하고, 그래도 안 되면 폭력에 호소한다. 그렇게 누구나 폭군이 되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처음부터 설득보다는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예수가 보여 준 이래 오늘날 꽃핀 섬김의 리더십 servanthood leadership을 살리는 길이다. 이는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데로 나아가는 것이다. 권력자가 통치하는 목적이 통합이라면 약자를 보호하고 사람들이 고르게 잘 살도록 복지에 비중을 두어야 힘이 가장 바르게 쓰이는 법이다.

 

대화를 하더라도 ‘비설득적 대화’를 해야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감할 뿐 아니라 감정이입을 하면서 서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역지사지의 진실을 살릴 수 있다. ‘소통 communication’은 본디 ‘하나 되게 한다 communicare’는 말에서 비롯됐다. 소통은 통합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쓰이는 힘이 실은 가장 큰 힘이며, 모든 위업을 이룬 과정과 배경에는 바로 이런 힘이 있었다. 앞서 살핀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자기 관리와 위기관리에 대해 살펴보자.

 

8번 유형은 대결형으로서 지도자나 보스 기질이 강하다.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으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생각을 내세워 상대를 제압하거나 설득하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충돌도 불사한다. 이들은 약하게 보이면 밀린다는 생각에 약점을 기피하고 정의를 주장하며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함정에 빠진다. 항상 정복하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남들 눈에는 욕심이 크고 고집이 세 보인다. 격정에 사로잡히면 이런 특성이 더욱 강화된다.

 

8번 유형은 어려서부터 골목대장을 도맡고 늘 우두머리 노릇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남들에게 꿀릴까 봐 하는 두려움이 있다. 이들은 ‘무릎을 꿇고 사느니, 서서 죽노라’ 하고 외칠 만큼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언제나 이겨야 된다고 생각하며 산다. 8번 유형은 만 여섯 살을 전후해 어머니와 양가적인 관계를 경험한 기억이 있다. 일찍이 어머니 품에서 벗어나 독립심이 강하며 ‘자기 일은 스스로 한다’는 생각으로 자라서 자수성가하는 유형이다. 자기 보존 본능과 생존 본능이 남달리 강해서 일찍부터 정복욕이 크다.

 

그러나 8번 유형이 정욕의 격정을 사로잡고 정의보다는 뜨거운 동정심으로 변환하면 순진무구하고 소탈한 리더가 된다. 외강내유로 허장성세하는 것이 하니라 실제로 강하면서도 외유내강형으로 바뀌어 소박하고 아량이 큰 리더가 된다. 이들은 충고에 동의하고 자문에 경청하며 약자에게 자애로운 덕스러운 리더가 될 수 있다.

 

보스 기질이 강한 8번 유형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심하면 압도적이고 대결적이며 특히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나 남다른 자제심과 아량, 통제력으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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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으로 보면 인간의 의식은 4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잠자는 상태, 둘째는 선잠 깬 상태, 셋째는 자기를 의식하는 상태, 넷째는 객관적 세계와 우주를 의식하는 상태로 크게 나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성에 젖어서 기계적인 삶을 산다.

생각(지성), 느낌(감성), 행동(활동) 사이의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살아간다.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삶의 의미도 목적도 모른 채 산다.

 

참 지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Thinking), 느낌(Feeling), 행동(Doing) 즉 지성, 감성, 본능 이 세 가지가 조화되고 균형을 이루도록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고,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아야 하며, 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는 일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출처 : 공동체성서연구원 김영운 목사님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에베소서 4: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