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인물과 에니어그램 역동성 5번 유형 : 초연하게 행동하는 지식인
어린아이들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출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 아이들은 생각이 많고, 궁금증과 호기심도 많으며, 관찰하기를 즐기고, 또한 분석하는 습관이 일찍부터 몸에 배어 있다. 이런 성향 때문에 5번 유형은 배워도 모자라고 알아도 끝이 없다. 부족과 공허를 느끼기 때문에 더 많이 알아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러나 현재 알고 있는 것을 행동에 옮기며 실천할 때 산지식이 된다. 이런 진실을 알면 강박을 벗어나 초연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5번 유형은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사람들이나 사물을 잘 관찰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고 생각하며, 이해가 잘 안 되면 더 많은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흐른다. 객관적으로 보면 판단과 행동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충분한데도, 자기 자신은 아직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생각을 위한 생각’을 많이 하는 성향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5번 유형은 초연한 자세를 갖기 전까지는 마치 ‘외딴 섬’과 같아서 스스로 생각에 갇혀 새로운 환경을 꺼린다. 지식이나 정보도 자기가 지닌 기존의 틀 속으로 끌어당기려다 보니 환원주의가 강한 특성으로 나타난다. 열린 사고와 과감한 행동이 어려워진다. 특히 리더에게 이런 성향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통 리더십’이라고 부르거나 완고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5번 유형 중에서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빼어난 인물로는 요셉을 꼽을 수 있다. 비록 철부지 어린 시절에 형들 앞에서 잘난 척하다가 고생을 하긴 했으나, 고난을 이겨내고 성숙한 이후에 요셉은 5번 유형의 이상적인 모델이 되었다. 자신의 깊은 생각과 풍부한 지식, 예리한 분석력을 동원해 이웃과 공동체에 이바지함으로써 초연한 사색가,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본이 되었다. 요셉은 이렇게 되기까지 온갖 고난을 견뎠다. 그에게는 고생이 선생이었다. 그는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느린 생각, 빠른 판단으로 헤쳐 나가며 지식과 지혜를 활용했다. 또한 그는 자신에게만이 아니라 봉사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이를 선용했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통해 그에 대한 좋은 평판이 돌고, 지식의 힘이 아니라 섭리에 따라 사는 것임을 스스로 발견하면서 그는 초연의 덕목을 살리기 시작한다.
열두 제자 가운데 도마는 ‘의심하는 도마’로 이름이 나있었다. 생각이 많은 5번 유형은 지나친 분석력에서 비롯된 의심 때문에 회의적이란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그러나 ‘의심하는 도마’가 ‘신앙하는 도마’가 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5번 유형은 일단 마음먹고 확신을 가지면 누구보다 초연해지고 담대해진다. 의심이 많은 사람은 사실 생각도 많고 겁도 많다. 이들은 뭔가 믿으려면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처음 맺기가 힘들다. 5번 유형은 어릴 적부터 친구 사귀기가 힘든 사람들이다. 사고의 유연성이나 융통성이 부족하다. 공석에서 토론하거나 발언할 때도 원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스스로 ‘무모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단 자기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고 이를 점차 확장해 나갈 때 그들은 자유로워진다.
유대의 지도자 가운데 예수의 비밀 제자가 된 니고데모 역시 끊임없이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한 인물이다. 그러다 마침내 예수에게서 진리를 발견하고 확신을 가지면서 누구보다 초연하고 담대하게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지식인이 된다. 5번 유형의 리더가 풍부한 지식에다 깊은 이해심을 더해 초연한 자세로 행동하면, 그 어떤 유형보다 더 좋은 리더십을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권력 지향적이거나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하면 초연함은 사라지고 강자로 군림하는 위험에 빠진다. 니고데모는 예수를 만나 초연한 자세로 살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 덕목이 강화됐고, 마침내 예수를 장사 지낼 때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용감하고 대담하게 행동했다.
지식을 많이 아는 것도 좋지만 하나를 알면 하나를 실천하는 자세로 지식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식이 걸러져서 ‘산지식’이 되어야 지혜가 우러나온다. 지식을 행동과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5번 유형에게는 더욱 타당한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지식보다 섭리를 따라 살 때 자유롭고 유연하며 초연해진다. 자신만의 생각의 틀에서 나와야 한다. 이들에게서 보는 바와 같이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나 깊이 생각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나, 현재 알고 있는 것을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는 결단과 노력 또한 5번 유형에게는 절실히 요청된다. 따라서 5번 유형은 지식과 행동, 지식과 존재가 조화되는 순간부터 지식은 지혜로, 인색의 격정은 초연의 덕목으로 변화되어 지혜가 풍부한 리더십과 초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 된다.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이란 책은 오늘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지만, 특히 5번 유형에게는 더욱 유용하다. 이 책은 생각이 많은 5번 유형에게 어떻게 해야 생각이 행동의 원천이 되는지, 어떻게 하면 생각이 반란을 일으키며 행동을 지배하는지를 밝히 보는데 도움을 준다.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이 융합을 이룬다면, 5번 유형의 특유한 관찰력을 바로 이런 관점에서 살리면서 자기 관찰을 심도 있게 실천한다면 더할 수 없이 좋을 것이다. 앞서 살핀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자기 관리와 위기관리에 대해 살펴보자.
5번 유형은 관찰형으로서 분석가나 사색가 기질이 강하다. 이들은 남보다 지식이 많아도 공허함을 기피하는 성향 때문에 더 많은 지식으로 채워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며 행동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관찰과 생각, 분석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고도 다시 분석할 만큼 지나치게 분석적이다. 이들은 회의적이기 때문에 행동하는 데 남다른 어려움을 느낄 만큼 신중하다. 인색의 격정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풍부한 지식이나 소유물도 남들과 나누기가 어렵다. 공허를 기피하는 성향 때문에 더욱 그렇다.
5번 유형은 어려서부터 궁금증이 많고 질문이 많아서 생각하고 관찰하고 독서를 하면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쓰며 살았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지식을 가졌음에도 행동을 하지는 않는 성향이기 때문에 남들이 쉽게 행동하는 것이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식에서, 특히 낯선 환경에 압도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또한 이들은 격정이 강화되면 자기도 모르게 탐욕에 빠진다.
5번 유형은 만 여섯 살을 전후해 부모와 양가적(兩價的)인 관계를 경험했으며,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잘 살피곤 했다. 자연히 관찰력이 커지면서 그 결과를 생각하고 분석하게 됐다. 이들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호기심이 큰 반면 고민도 많은 편이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신중할 만큼 회의적이다.
그러나 인색(吝嗇)의 격정을 사로잡고 지식보다는 섭리를 따라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비(非)집착, 곧 초연(超然)의 덕목을 살리면 높은 이해심과 감지력으로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리더의 금도(襟度 남을 포용할 만한 너그러운 마음과 생각)와 초연한 자세를 드러낸다. 이들은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남달리 신뢰받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사색가 기질이 강한 5번 유형은 위기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심하면 고립되거나 회의적이며 불안정해지기 쉬우나 남다른 이해심과 감지력, 분석력을 초연하게 살리며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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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으로 보면 인간의 의식은 4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잠자는 상태, 둘째는 선잠 깬 상태, 셋째는 자기를 의식하는 상태, 넷째는 객관적 세계와 우주를 의식하는 상태로 크게 나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성에 젖어서 기계적인 삶을 산다.
생각(지성), 느낌(감성), 행동(활동) 사이의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살아간다.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삶의 의미도 목적도 모른 채 산다.
참 지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Thinking), 느낌(Feeling), 행동(Doing) 즉 지성, 감성, 본능 이 세 가지가 조화되고 균형을 이루도록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고,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아야 하며, 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는 일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출처 : 공동체성서연구원 김영운 목사님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에베소서 4: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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