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인물과 에니어그램 역동성 3번 유형 : 신실한 성취자
어려서부터 1등을 좋아하던 사람은 ‘성공 DNA’가 강하다는 말을 듣는다. 성공에 집착하면 실패를 피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혹을 받기에 이른다. 자기도 모르게 기만의 격정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성공을 생각할 때, 자신의 야망을 이루는 성공이냐, 하늘의 뜻을 이루는 성공이냐, 또는 돈 벌고 출세하는 성공이냐, 인격을 이루는 성공이냐를 깊이 성찰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믿음의 조상 가운데 한 사람인 야곱은 축복마저 가로채며 성공하려 할 만큼 기만적이었다. 성취동기가 유별나게 강하다. 이런 유형은 성공하면 모든 것이 ‘정당화’ 된다고 믿는다.
역사의 대전환기에 지도자였던 사무엘은 사울 왕과 다윗 왕 두 사람에게 기름을 부어 왕으로 세우며 왕조 시대를 열었던 인물이다. 그는 끝까지 신실하게 살았지만 아들들의 타락을 소홀히 여긴데서 자기를 기만한 흠을 남긴다. 목적이 뚜렷하고 목표 설정이 분명하면 누구나 자신의 일에 한눈팔지 않고 매진하게 된다. 사무엘은 맡은 일이 워낙 막중하다 보니 직무 수행에만 몰두했고 결과적으로 자녀 교육에는 소홀하게 됐다. 한 가지 일에 매진하다가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셈이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적인 책임에 충실한 것은 대단히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나 그것이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가룟 유다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고위층과 교제할 만큼 사교성도 있는 능력자였으나, 선생님의 생각보다 자기 생각을 앞세우고, 하늘의 뜻보다 제 뜻을 앞세우며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예수를 배반하고 비극적인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목표를 세우고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선생님의 생각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자기 생각으로 환원시킨다. 선생님도 다른 제자들도 잘못 생각하는 것으로 치부한다. 자신의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끝낼 태세로 밀어붙인다. 실패는 죽음과도 같다. 더욱이 나르시시즘이 강한 3번 유형은 체면 손상을 도저히 못 견딘다.
이렇듯 3번 유형은 성공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생각’을 곧 현실로 착각하며 그대로 받아들이고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다. 그들은 자기 생각이나 뜻을 바꾸려 하지도 않거니와 일단 발설하고 나면 철회할 수가 없다. 그 자체가 실패요 체면을 잃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객관적으로 옳지 않은 생각까지도 끝까지 주장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궤변이나 강변으로 다른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게 하며 강요하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이 곧 현실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본인은 그것이 착각인 줄 모른다.
그러나 야곱은 얍복 나루터에서 일대 전환점을 맞이한 이후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다’는 불경쟁 선언을 하면서 ‘이스라엘’로 변화하며 신실한 믿음의 조상이 된다. 진정한 의미의 경쟁은 바로 자기 자신과의 경쟁임을 웅변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마치 목숨을 건 투쟁에서 살아남듯이 내적갈등을 견뎌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 사람이 된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임수나 권모술수를 총동원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려 했던 사람이 진실을 추구하는 신실한 사람으로 변화한다. 세계관이 바뀌고 눈높이가 달라진 것이다.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배우더라도 잘 성장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엘리처럼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던 제사장 밑에서 자란 사무엘은 어떠했겠는가. 그런 사무엘이 바르게 설 수 있었던 바탕은 경청이었다.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사무엘상 3:10). 소년 사무엘이 했다는 이 말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는 명상 수련은 경청을 위한 수련이었음을 우리는 여기서 다시 확인한다.
사무엘은 하나님 말씀을 경청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이 경청하는 지도자가 되었다. 지도자나 선생님 같은 윗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는 3번 유형은 말솜씨를 비롯한 능력을 갖추었으며 임기응변에도 능하다. 그들은 인정받고자 하는 목표에 모든 것을 건다. 그리고 일단 인정을 받으면 자기 생각이나 계획을 관철시키는데 집중한다. 가룟 유다는 선생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예수의 깊은 뜻을 헤아려 그 뜻을 이루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뜻을 펴려한 것이다. 이는 진실이 부족한 상태에서 결과에만 집착할 때 거두는 비참한 열매다.
능력에 성실을 겸비할 때 진정한 능력이 된다. 그때야 비로소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신실함이 인정받고 입증이 된다. 앞서 살핀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자기 관리와 위기관리에 대해 살펴보자.
아무리 1등을 하고 성공할 만큼 능력이 있더라도 성공에 집착하면 기만의 격정에 사로잡혀 불행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하늘의 뜻을 바라며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다만 자신에게 감동이 될 만큼 과정에 최선을 다할 때, 신실한 성취자가 된다. ‘인격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이 말은 누구에게나 맞는 말이지만 특히 3번 유형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우리는 존재와 행동, 사람과 일의 관계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바람직한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인정받고 존경받는 인격이 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러고 나서 일도 결과도 잘되면 더할 수 없이 좋은 법이다. 인격이 어떻게 되든 간에 성공하고 보자 했을 때, 성공하고 나서 모든 것을 잃는 경우가 너무 많다. 보다 큰 뜻, 보다 높은 뜻을 품고 인류를 위해 일하며 살겠다는 마음으로 나갈 때, 그 삶 자체가 성공이다. 이때 내뿜는 열정은 숭고한 뜻을 이루기 위한 ‘숭고한 광기’로 나타난다. 과정 자체가 아름답고 감동적인 삶이 된다.
3번 유형은 성공형으로서 지위를 추구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기질이 강하다. 남달리 인정 욕구가 강하며 능률과 성공에 대한 집념이 강해서 실패를 기피하며 몹시 두려워한다. 실패담을 성공담으로 둔갑시킬 만큼 기만의 격정에 빠지면 정당화 내지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거짓과 속임수를 쓰고자 하는 유혹에 빠진다. 말을 잘하고 목표 의식이 강해서 동기 부여를 잘하고 설득력이 있으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강하다.
3번 유형은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1등으로 인정받으며 자라서 자신감이 넘친다. 집 밖에서도 1등으로 인정받는 또래들 사이에서 1등을 차지하려니 경쟁심이 강화됐다. 말하는 것에서부터 공부하는 것과 노는 것까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일찍부터 강하게 박혀 있다. 말을 하면 설득력이 강한 반면에 달변이 궤변으로 비치기도 한다. 일구이언이라든가 거짓말을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흔하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배척 내지 거부당할까 봐 두려워하게 되고, 자기 계발의 나태에 빠지면 잘하던 일도 그만 내려놓게 된다.
그러나 기만의 격정을 사로잡으면 성공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앞세우며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에 충실함으로써 유능하면서도 용감하고 신실한 리더가 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신념을 지니면 감동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 동기 부여의 기질이 강한 3번 유형은 위기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심하면 실패를 두려워할 수 있으나 남다른 내적 지향성과 신실함으로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에 충실함으로써 위기를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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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으로 보면 인간의 의식은 4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잠자는 상태, 둘째는 선잠 깬 상태, 셋째는 자기를 의식하는 상태, 넷째는 객관적 세계와 우주를 의식하는 상태로 크게 나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성에 젖어서 기계적인 삶을 산다.
생각(지성), 느낌(감성), 행동(활동) 사이의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살아간다.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삶의 의미도 목적도 모른 채 산다.
참 지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Thinking), 느낌(Feeling), 행동(Doing) 즉 지성, 감성, 본능 이 세 가지가 조화되고 균형을 이루도록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고,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아야 하며, 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는 일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출처 : 공동체성서연구원 김영운 목사님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에베소서 4: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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