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인물과 에니어그램 역동성 2번 유형 : 겸손한 봉사자
남에게 무언가 잘 주고 도우며 봉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아가 강하고 자존심 세기 때문에 우리는 도움을 받으면서도 거북해하기 쉽다. 처음에는 잘 몰라도 계속해서 도움을 받다 보면 ‘꼬리표’가 붙어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도움을 주고 봉사하는 사람이 겸손하기만 하면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방 여인이면서 다윗 왕의 증조모가 된 룻이나, 소문난 여자였음에도 사심 없는 봉사자가 된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사랑받던 제자’ 요한은 모두 훌륭한 봉사자였다. 그러나 그 특징은 각자 다르게 나타난다.
룻은 극진한 사랑과 효심으로 순종하며 시어머니를 공경하지만 자랑하지 않는 겸손을 지녔다. 이런 모습은 성격 유형에 상관없이 성숙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특히 2번 유형으로서는 더욱 아름답다 할 수 있고, 룻의 처지를 감안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남편을 여의고 남의 밭에서 이삭을 주우며 연명해야 할 정도로 궁핍한 형편인데도 홀로 된 시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실 뿐 아니라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이는 2번 유형의 덕목인 겸손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막달라 마리아는 열두 제자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논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잘 나서는 성격이었다. 그는 옥합을 깨뜨려 예수의 머리에 향유를 바르고 발을 씻기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은 마음을 먹어도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막달라 마리아의 행동은 지극한 사랑이 아니라도 2번 유형의 ‘연극적 histrionic’ 성향 때문에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막달라 마리아는 어느 때보다도 절절한 마음으로 목숨을 건 사랑과 공경심을 보인다. 가장 순수한 사랑이 자신의 체면도 주변의 이목도 뛰어넘게 한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예수에게 ‘사랑받던 제자’로 잘 알려진 사도 요한은 남성이지만 감성이 풍부하고 여성성이 강하다. 십자가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예수가 그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부탁할 만큼 사랑과 신뢰를 받은 제자다. 그러나 권력과 지위를 추구하는 모습이나 사마리아 사람들을 유황불로 징벌하려고 했던 모습에서는 자랑과 자기 과시적인 격정을 드러낸다.
2번 유형이 그런 격정을 드러내는 까닭은 힘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전에 요한은 자기의 형 야고보와 함께 간청했다. “선생님(주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선생님의 왼쪽에 앉게 하여 주십시오”(마가복음 10:37). 그러나 요한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조종하며 섭정하는 스타일이다.
2번 유형은 남의 필요는 잘 아는데 비해서 자신의 필요는 ‘나 몰라라’ 하면서 기피하는 성향 때문에 자랑을 해결책으로 끌어안곤 한다. 그러나 ‘사랑받기 위해’ 사랑하고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필요도 잘 파악하면서 단순한 마음으로 순수하고 겸손하게 봉사하면 남들에게 더욱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을 우리는 룻의 일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룻은 시종여일하게 겸손하며 탁월한 봉사자로 살았다. 봉사를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겸손이 받쳐 주지 않으면, 봉사가 힘의 근거로 작용하기 쉽다. 또한 그들은 자기만 봉사하면서 희생한다는 생각에 순교자 콤플렉스에 빠지기 쉽다. 반대급부가 없다고 생각할 때, 조작하려는 성향이 나타날 수 있고, 관계나 사람을 독점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룻에게서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겸손 때문이다.
막달라 마리아는 악명 높았던 소문난 여자에서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한 이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는 예외적이며 아주 특별한 일이다.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할 만하며,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할만하다. 남성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와 사랑받던 제자 요한을 제치고 소문난 여자였던 막달라 마리아가 복음의 핵심인 부활을 선포한 선두주자가 됐다는 사실은 당시 사람들에게 용납하고 인정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막달라 마리아의 사랑과 봉사, 겸손이 그의 위치를 굳건히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우리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요한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박해를 피해 끝까지 모셨다. 사랑받던 제자 요한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운명하기 전에 요한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부탁했다. 전통적으로 ‘사랑의 십자가’가 표현되기 시작한 결정적인 모티브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아래에 서 있는 요한과 어머니 마리아를 내려다보는 장면에서는 지극한 사랑이 나타난다. 사랑받던 제자는 사랑하는 제자로 변화한다.
앞서 살핀 이들은 성숙한 모습에서 2번 유형의 겸손이 돋보인다. 그리스어로 겸손은 humilitas라 하는데, 사람은 humanitas, 땅은 humus라 한다. 어원이 같은데서 우리는 그 뜻을 엿볼 수 있다. 대지와 같은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갈 때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겸손이 없는 봉사는 오만과 지배의 벼랑으로 끌어내는 힘으로 작용하기 쉽다.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셋째도 겸손’이라는 영성가들의 태도를 되새겨야 한다. 2번 유형은 자랑과 자만의 격정에서 겸손의 덕목으로 끊임없는 변화 과정을 거친다. 봉사가 겸손의 표현이란 확신을 가지고 속에 있는 겸손을 부단히 끌어내야 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봉사하며 살았던 세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자기 관리와 위기관리에 대해 살펴보자.
2번 유형은 협조형으로서 봉사자 기질이 강하다. 자신의 필요는 기피하면서도 남의 필요는 잘 알고 남달리 봉사를 잘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봉사를 필요하게끔 하는 힘이 강하고, 격정에 사로잡히면 무언가 조작하거나 사람들을 소유하려고 한다. 이들은 봉사정신이 넘치는 리더십이 있으나 주변 사람들을 ‘사랑과 봉사의 포로’가 되게 하는 경향도 강하다. 제안을 잘하고 충고도 잘하며 자존심도 강하다. 남이 듣기 좋아할 말을 잘하지만 허영심을 드러낼 정도로 과장하기도 하며 자신이 한 일도 자랑을 잘한다.
2번 유형은 어려서부터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남에게 잘 주고 봉사하는 것도 ‘사랑 못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숨은 동기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리더가 되면 순교자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로 희생한다. ‘지나치게 선의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함정에 빠지면 쉬지 않고 봉사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허영에 빠지며 힘들어진다.
2번 유형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양가적 관계를 경험하며 자랐다.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은 아버지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죄책감 때문에 아버지에게 무언가 해드리려 한 행동이 습관처럼 되어 ‘나의 필요는 몰라도 남의 필요는 잘 아는’ 봉사자로 성장한다. 그들은 누군가를 사랑해서 도와주기보다는 사랑을 받고 자신의 자존심과 우월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봉사를 한다. 그러나 ‘자랑 · 자존심’의 격정을 사로잡고 ‘은총’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과 자세로 봉사한다면 다정다감하고 우아한 섬김의 리더가 됨과 동시에 남달리 겸손한 봉사자가 될 수 있다.
봉사자 기질이 강한 2번 유형은 위기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심하면 공격적이고 조작적이며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강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은 남다른 이타심과 희생 · 봉사정신, 겸손한 마음과 사랑을 살려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또한 겸손은 자기 비움 kenosis, 곧 자기부정으로 가능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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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으로 보면 인간의 의식은 4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잠자는 상태, 둘째는 선잠 깬 상태, 셋째는 자기를 의식하는 상태, 넷째는 객관적 세계와 우주를 의식하는 상태로 크게 나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성에 젖어서 기계적인 삶을 산다.
생각(지성), 느낌(감성), 행동(활동) 사이의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살아간다.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삶의 의미도 목적도 모른 채 산다.
참 지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Thinking), 느낌(Feeling), 행동(Doing) 즉 지성, 감성, 본능 이 세 가지가 조화되고 균형을 이루도록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고,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아야 하며, 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는 일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출처 : 공동체성서연구원 김영운 목사님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에베소서 4: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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