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강점과 약점을 찾자!
K목사와 사모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 더 열심히 성도를 사랑하는 목회자 부부였다. 그들의 사랑은 ‘말과 혀로만 하는’(요일3:18) 것이 아니었다. 새로 이사 온 성도들이 있으면 다른 일을 제쳐두고 아파트를 구하는 일에서부터 자동차를 구입할 때 좋은 차를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알아보고 쫓아다녔다. 그 자녀들의 학교 입학수속은 물론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한다고 하면 자기 자녀들을 위해서는 간 적이 드문 학교방문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은 그렇게 온 정성을 다해 도와준 성도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그만 교회를 떠난다는 것이다. 그것도 큰 상처를 남긴 채. 문제는 한 두 번이 아니라, 그들이 도와준 사람들은 번번이 무정하게도 K목사 부부를 크게 실망시킨다는 사실이다. 사람들로 인한 거듭된 그것도 너무 큰 배신과 상처에 K목사 부부는 결국 목회사역을 접고 말았다.
목회자든 평신도든 남을 도우며 살다 보면 한두 번쯤 겪는 ‘몰인정한 사람들’로 인한 상처. 그러나 K목사 부부의 경우는 ‘요즘 사람들이 다 그렇지’라고 넘겨버리기엔 너무 가슴 아픈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놓고, K목사 혹은 사모 쪽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면 ‘상처 받은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잔인한 일이 될까? 이번에 크리스천 투데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특집으로 쓰려고 하는 주제는 이런 ‘잔인한 일’이다.
제한된 지면이라 에니어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 원고에서 다루기로하고, 여기에선 에니어그램이란 ‘아홉’을 뜻하는 헬라어의 에네아스(Enneas)와 ‘유형’을 뜻하는 그람(Gram)의 합성어로, 인간본성의 유형을 아홉 가지 성향으로 나누어서 그 유형적 특징을 연구하는 아주 오래된 분석방법이라고만 설명하고 넘어간다. 한마디로 에니어그램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도구다.
여러분은 자신을 알고 있는가? 평상시에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나 자신. 그러나 한바탕의 내적, 외적 갈등의 소용돌이가 몰아쳐가고 홀로 남은 고요한 시간. 당신 자신에게 물어보라. “나는 ‘정말’ 나 자신을 알고 있는가?” 그럴 때일수록 우리의 솔직한 대답은 ‘내 마음 나도 몰라!’ 아닌가?
살면서 예상 밖의 문제를 겪을 때마다, 우리 느낌으로 그것은 난생 처음 겪는 어려움인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우리가 이미 몇 차례, 혹은 되풀이해서 겪어온 문제일 경우가 많다. 같은 문제의 다른 겉모습일 뿐이다! 그걸 발견할 때마다, 왜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왜 나에게는 이런 일만 생기는 걸까? 우리는 인생의 불공평에 대해 불평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비난과 책임의 화살을 돌리게 된다. 바로 그럴 때 우리는 인생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빠지는 인생의 함정들. 그리고 그 함정이 어떻게 악순환이 되는지 잘 말해주는 글이 있다.
<다섯 장으로 된 짧은 자서전> - 포르티아 넬슨
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 가운데 깊은 구덩이가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 가운데 깊은 구덩이가 있었다. 난 그걸 못 본체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 나오는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덩이가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그곳에서 얼른 빠져 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덩이가 있었다. 난 그 구덩이를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인생이 변화하는 전환점은 <3>장에 구덩이에 빠지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된 상태에서 ‘비로소 눈을 뜬’ 상태로의 진행에 달려 있다.
신앙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영적인 눈을 뜨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도록 인도하는 등대이다. 그리고 그동안 구덩이에 빠질 때마다 남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 안에 있는 문제, 스스로를 구덩이로 밀어 넣는 내적 요인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럴 때 사람은 그 구덩이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고, 다시는 그곳에 빠지지 않게 분별하는 눈으로 구덩이를 ‘돌아서 지나가’게 된다. 이런 성숙의 과정을 통해서 사람은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에니어그램을 통한 기독교 인성개발은 사람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적으로 빠지는 감정과 태도, 결정, 행동의 구덩이를 발견하고, 거기에서 빠져 나오고, 다시는 빠지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돕는 것이 그 목적이다. 에니어그램은 이런 면에서, 기독교적인 영적 성숙을 각자의 인성유형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을 찾아 그것을 고쳐가게 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과정으로 제시한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나는 실제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기독교 신앙에 관해서도 나는 어떻게 해야 믿음을 우리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해서 실제적인 유익을 누릴 수 있을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공분야도 그렇지만 나의 주된 연구주제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존재의 무한한 잠재력과 동시에 그것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리고 이런 인간본성을 다분히 심층적이면서도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분석하는데 있어서 에니어그램 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다는 사실을 나는 그룹세미나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면 나눌수록 더 확신하게 된다.
처음에 말했던 K목사 부부의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실컷 도와주었는데 결국 그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그들에게 무언가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잔인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K목사나 사모가 에니어그램의 2번 유형(협조자형)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K목사는 떠난 사람에 대한 배신감보다 먼저 <자기도 모르게> 그들을 떠나게 만들었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그 배신과 상처를 제대로 이해하는 길이다.
나중에 바나바(마르다, 사도 요한)를 얘기하면서 말하겠지만, 2번 유형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자기의 존재목적으로 삼는 유형이다.
앞서 말한 K목사 부부가 이런 협조자형 인성유형이라면 그렇게 힘을 다해 도와줬는데도 결국 떠난 사람들을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몰아세우기 보다는 나름대로 자신들의 <자기도 모르는> 간섭적인 도움의 부담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흔히 협조자형의 사람들이 도움을 준 사람들의 섭섭한 태도에 대해 “내가 너를 어떻게 도와줬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라고 말할 때 오히려 그들로부터 “내가 그 간섭이 부담스러워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라는 뜻밖의 말을 듣게 된다. 문제는 안타깝게도 양쪽 모두 자신의 진심과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분은 눈치를 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이 자기 인성유형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할 때 ‘자기도 모르게’ 한다고 강조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나의 ‘지나친’ 반응이 이해될 때 상대방의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행동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것은 마치 어깨에 난 시퍼렇게 독이 오른 종기를 모르고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어깨를 친 친구. 너무 아파 눈물이 핑 돌아 그만 자기도 모르게 화를 벌컥 내는데 그런 우리의 반응에 당연히 친구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사람마다 인성이 다르다는 것은 이처럼 각자가 자기 내면에 ‘자기도 모르는’ 독 오른 종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평상시엔 괜찮지만 특정한 정황, 특정한 자극에 관련되면 그만 특정한 반응이 튀어나온다.
다른 사람이 그리고 현실과 상황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진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그 상황에 대해 적절하고 바람직한 반응을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우리 삶에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유익이 되는지,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은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에니어그램은 우리 각자의 태도와 성향의 내적 DNA를 분석하는 지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에니어그램을 기독교 인성개발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말은 바로 우리 모두에게 있는 각자의 치명적인 미성숙함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하고, 그것을 고쳐서 바람직하게 성숙시켜 나가도록 하는데 에니어그램의 인성분석을 활용한다는 뜻이다.
에니어그램을 통해 보는 자기의 모습 - 자기만 비밀스럽게 알고 있던 모습, 때론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몰랐던 또 다른 자기 모습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재발견할 때의 놀라움.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를 발견하는 순간, 계속해서 같은 구덩이에 빠지는 자기를 보고 거기에서 빠져나와 다시는 빠지지 않으려는 제대로 초점을 맞춘 노력, 성숙을 향한 진지한 몸부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 : 이재명 목사
-프린스톤신대원(Ph.D)
-주님의교회(NJ) 담임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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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의 집착, 함정, 회피, 죄, 미덕
* 집착 : 나는 무엇에 매달리나?
* 함정 : 자신을 유혹하는 것. 어려움이나 난처함에 빠지게 하는 점.
또는 궁지에 몰렸을 때 나타나기 쉬운 특징
* 회피 : 이상적인 모습을 이루기 위해 인정하지 못하고 피하는 것
* 죄 : 근원적인 문제. 열정. 생존하기 위해 발달된 감정적인 충동 혹은 잘못된 태도.
이 죄로 인해 창조주, 진아(眞我), 이웃들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화해하지 못하게 한다.
* 미덕(성령의 열매, 변화된 열정) : 근원적인 죄가 미덕으로 바뀐다.
이것은 성장하는 것이며, 은총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유형 |
집착 |
함정 |
회피 |
죄 |
미덕 |
1 |
완벽함 |
과도한 비판 |
분노 |
분노 |
쾌활한 평온 |
2 |
돕고자 함 |
아첨/지나친 친절 |
숨겨진 욕구 |
교만 |
겸손 |
3 |
성공 |
허영/피상성 |
실패 |
기만 |
진실함 |
4 |
특별함 |
우울/의기소침 |
평범함 |
질투(선망) |
조화 |
5 |
앎, 지식 |
탐욕 |
공허함 |
탐욕 |
초연 |
6 |
안전, 충실 |
비겁/무모함 |
의심 |
두려움(불안) |
용기 |
7 |
쾌락, 재미 |
끝없는 계획 |
고통 |
무절제(폭식) |
건전한 기쁨 |
8 |
강함 |
복수 |
무력無力/종속 |
거만(정욕,뻔뻔함) |
순수 |
9 |
평화 |
안일함 |
갈등 |
나태 |
행동 |
참고도서
엘리자베스 와겔리 저 /김현정 역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우리 아이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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