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7번 유형 : 압살롬
1. 나르시시스트 압살롬
압살롬의 이름은 미국의 작가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lkner의 소설 제목 ‘압살롬, 압살롬!’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윗 왕의 아들 압살롬이 아버지에게 반역하고, 이복형이 자기 친누이동생을 강간한 것 때문에 살해한 압살롬에 빗대어 쓴 소설이다.
제멋대로 살고, 고집불통이고, 변덕스러우며 비뚤어진 압살롬은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의 다면성을 드러낸다. 쉽게 말해서 팔방미인이요 만능선수라 일컫는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은 워낙 어려서부터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별별 모습을 다 드러내는데 압살롬이 그렇게 보인다. ‘카멜레온’이란 별명을 듣는 에니어그램 3번 유형과 이런 면에서도 혼동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충분하다.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들 사이에서도 3번 성향과 7번 성향 가운데 어느 쪽이 나르시시즘에 더 가까운가는 논쟁거리가 된다. 그러나 에니어그램으로 분석하면 3번 유형들 가운데 나르시시스트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7번 유형들 가운데서도 3번 유형과 차별성이나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만큼 강한 나르시시스트가 있다. 압살롬이 바로 그런 유형이다.
이 두 유형의 유아기 기원을 보면 양쪽 다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성격 유형이다. 에니어그램 3번 유형은 애정을 경험한 것이나 관계가 어머니에게 긍정적이고 친밀하다. ‘우리 아이가 제일이라’ 하면서 키우기 때문에 3번 유형들의 나르시시즘이 강하다.
여기에 비하여 에니어그램 7번 유형들 가운데서도 나르시시스트가 많은 까닭은 어떻게 이해 할 수 있을까? 7번 유형의 유아기 기원은 어머니와 부정적이다. 어머니가 폭력적이거나 학대적이기 때문에 부정적 경험이 강한 7번 유형이 나르시시즘이 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은 많이 받으면서 나르시시즘은 강해졌는데, 어머니가 애정 과잉이어서 과보호나 간섭하는 성향이 강하면 그것 때문에 3번 유형이 될 가능성이 7번 유형으로 바뀌게 된 결과다.
압살롬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왕자나 공주들 가운데 3번 유형이 많고, 그 다음으로 7번 유형이 많은 것을 참고할 수 있다. 압살롬은 아버지는 다윗이 왕이요, 어머니는 그술 왕 달매의 딸로서 공주인 마아가이다. 어머니가 사랑은 하지만 공주로 자란 탓에 사랑한다고 스스로 생각은 하면서도 아랫사람들을 통하여 아들을 돌보며 양육하게 하면, 왕자로 떠받드니까 나르시시즘은 커지지만 엄마와의 관계는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상태에 있게 된다. 대체로 7번 유형이 3번 유형보다 조금 못하거나 헷갈릴 정도로 나르시시스트가 되는 경우는 압살롬의 경우와 비슷하게 보면 틀림이 없다. 게다가 압살롬은 인물이 출중하였다. 어려서는 이쁘다가도 커서는 인물이 그리 잘 생겼다는 말을 못 듣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런데 압살롬은 성장한 다음에도 ‘온 이스라엘에, 압살롬처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흠 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 미남은 없다고, 칭찬이 자자하였다’고(창 14:25) 기록되어 있다. 뭐든지 마음대로 하고픈 성격인데다 왕자로 태어났으니, 고통스러운 것은 피하고 맛있는 것과 재미있고 즐거운 일만 쫓아다니며 푹 빠져드는 7번 유형으로 자란 압살롬은 그야말로 부러울 것도 거칠 것도 없이 살았으니, 빼어난 인물이겠다. 한껏 뽐내며 살았을 것이 눈에 선하다. 낙천적인데다 신나게 사는 왕자 압살롬이 이름의 뜻은 ‘아버지는 평화’였으나 아버지의 평화보다 자신의 평화와 행복에만 탐닉하며 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2. 치밀한 음모자 압살롬
에니어그램 7번의 8번 날개를 지닌 유형들은 통합의 방향으로 움직이며 건강할 때는 깊이 생각하고 맑은 정신으로 목표에 집중하며 큰 에너지를 쓰게 된다. 밝고 명랑한데다 맑은 정신과 큰 에너지를 쓰니 창의성은 더할 수 없이 높은 상태에 이른다.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그런 힘으로 살았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 같은 인물을 떠 올릴 수 있다. 사상가이며 육상 10종 경기 챔피언이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격정에 사로잡혀 비통합의 방향으로 가면 어딘가에 빠져들며 탐닉하고 격한 감정이나 분노를 드러내며 공격적으로 된다. 게다가 깊이 생각하려고는 하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반 격정 antipassion에 사로잡히면 맑은 정신으로 깊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며 음모를 꾸미게 된다. 압살롬에게서 나타나는 치밀한 음모가 그것을 예증한다. ‘압살롬에게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름다운 누이가 있는데, 이름은 다말이었다.’(삼하 13:1). 압살롬의 이복형 암논이 ‘다말을 사랑하였으나, 처녀이므로 어찌할 수 없는 줄을 알고, 병이 나고 말았다.’(삼하 13:2). 옆에서 지켜보던 교활한 친구 요나답이 꾀를 내어 다말을 부왕의 허락을 받아 집으로 찾아오게 만든다. 그리고 먹을 것을 만들어 준 다말에게 ‘억지로 욕을 보였다.’(삼하 13:14). 그러고 나서 쫒아내며 더할 수 없는 수치심까지 안겨줬다.
압살롬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같이 화를 낼 법 하지만, 압살롬은 이때 치밀하게 음모를 꾸미게 된다. ‘얘야, 암논도 네 오라비이니, 지금은 아무 말도 입 밖에 내지 말아라. 이 일로 너무 근심하지 말아라.’(삼하 13:20). 음모자의 궁리가 묻어나는 말이다. 그리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참이다.
‘다윗 왕은 이 이야기를 모두 듣고서, 몹시 분개하였다’(삼하 13:21). 그러나 아무런 조치가 뒤따르지 않았다. ‘압살롬은 암논이 누이 다말에게 욕을 보인 일로 그가 미웠으므로, 암논에게 옳다거나 그르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삼하 13:22).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음모자의 가슴 속에는 증오와 분노가 끓었을 것이며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부왕에게까지 불만이 끓어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 일이 없었던 듯이 두 해가 지났다. 마침내 압살롬은 양털을 깎는 축제의 자리에 부왕을 청한다. 다윗 왕이 잔치에 참석하지 않겠다하니, 그 기회를 이용하며 암논을 보내달라고 청하여 허락을 받아낸다. 암논과 다른 왕자들이 모두 허락을 받고 잔치에 참여했는데 ‘암논이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질 때’를 기다렸다가 압살롬의 부하들이 암논을 살해하였다. 음모는 더욱 발전한다. 부왕이 두려워 외가로 피신하여 삼 년을 지낸다. 그동안 충격도 분노도 가라앉은 다윗 왕은 ‘오히려 압살롬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점점 간절해졌다.’(삼하 13:39). 그 마음을 알고 군사령관 요압이 꾀를 내어 다윗의 마음을 돌리도록 일을 꾸민다. 드디어 다윗과 압살롬이 화해한다. ‘압살롬이 왕에게 나아가서 왕 앞에서 얼굴이 땅에 닿도록 절을 하자, 왕이 압살롬에게 입을 맞추었다.’(삼하 14:33).
그러나 이런 화해의 자리가 음모자에게는 재회의 기회였을 뿐이었다. 압살롬은 곧바로 힘을 모으는 일을 시작한다. ‘그 뒤에 압살롬은 자기가 탈 수레와 말 여러 필을 마련하고, 호위병도 쉰 명이나 거느렸다.’(삼하 15:1). ‘그리고 성문으로 들어오는 길에 서서 소송할 일이 있어서, 판결을 받으려고 왕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환심을 사면서 세를 불린다. ‘누가 나를 이 나라의 재판관으로 세워주기만 하면’ 잘 할 거라 말하기도 한다.
3. 반역자 압살롬
경제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 Daniel Kahneman이나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Jonathan Haidt 같은 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이 흔히 생각이나 이성에 따라 행동하기보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며 생각이나 이성은 그 본능적 행동을 합리화 시키는 쪽으로 쓴다고 한다.
에니어그램 5, 6, 7번 유형을 한 범주로 말할 때 ‘머리중심 형’ 또는 ‘사고 형’이라 한다. 에니어그램 5번 유형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경향이 있고,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은 생각이 단절된 것처럼 행동하기 쉽고,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은 너무 생각을 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7번 유형이 생각을 천천히 느린 생각을 하며 맑은 정신과 창의성을 갖출 때는 건강하고 행복하며 통합이 이루어진 상태가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고 비통합인 상태에서는 본능에 따라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하여 음모는 꾸미지만, 오리엔테이션이 바르게 되어 있지 않은 탓에, 아무리 치밀해도 그 음모는 파국으로 가기 십상이다.
압살롬의 음모가 반란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그렇게 정해진 코스 due course를 달린 듯싶다. 이복 형 암논을 살해하고 그술로 피신하여 세 해를 지난 뒤에 겨우 돌아와서 부왕 다윗과 화해하자 곧 모반의 준비 단계로 접어들었다. 3년 동안 음모가 치밀하게 다듬어져, 귀환은 새로운 반역의 기회로 들어서는 길목이 되었다.
힘을 비축하고 백성들의 환심을 사며 민심의 지지기반을 마련하느라 4년을 견디며 지난다. 마침내 거사를 일으킬 때가 되었을 때, 압살롬이 왕에게 아뢰었다. ‘이 종이 시리아의 그술에 머물 때에, 주님께서 저를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려 보내주기만 하시면, 제가 헤브론으로 가서 주님께 예배를 드리겠다고 서원을 하였습니다. 왕이 그에게 허락하니, 압살롬은 곧바로 헤브론으로 내려갔다.’(삼하 15:7-9). 다윗 왕이 전혀 낌새를 채지 못 할 알리바이였다. 주님께 예배를 드리러 가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출생지인 헤브론을 거사의 장소로 잡은 것이다. 왕의 허락은 받았다. 그러나 압살롬은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에게 첩자들을 보내서, 나팔 소리가 나거든 “압살롬이 헤브론에서 왕이 되었다!” 하고 외치라고 하였다.
초청을 받아 예루살렘으로부터 이백 명이나 되는 손님이 헤브론으로 내려갔으나, 그들도 압살롬의 음모를 전혀 몰랐다. 압살롬은 다윗의 참모이던 아히도벨을 헤브론으로 오게 하여 자신을 정당화시키는 계기로 삼는다. ‘이렇게 반란 세력이 점점 커지니, 압살롬을 따르는 백성도 점점 더 많아졌다.’(삼하 15:10-12).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한 전령이 다윗 왕에게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이 모두 압살롬에게로 기울어졌습니다.’(삼하 15:13) 하고 보고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다윗은 사람들을 챙겨서 급히 예루살렘을 빠져나와 요단 강 쪽으로 도망하였다. 압살롬이 꾸민 음모와 무모하게 일으킨 반란은 부왕 다윗을 황급히 도망하게 만들었다. 정상적으로 왕위를 계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에 따른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
7번 유형의 본능적 판단에 모험심으로 표출된 것에 다름 아니다. 솔로몬으로 세자 책봉을 하지는 않았을 때였으나 다윗 왕의 마음이 어느 왕자에게 기울여져 있느냐를 아는 압살롬으로서는 자신의 전력까지 의식하고 보면, 반란 이외에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성의 환심을 사려 했을 때 결정은 나있었다.
4. 불효자 압살롬
암논을 살해한 뒤에 3년 동안 그술로 피신하여 있었을 때 다윗 왕이 압살롬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점점 간절하여졌고, 그래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부왕 다윗과 화해하게 되었다. 그때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졌으면, 그야말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상처가 복이 되는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오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회개하지 못한 압살롬의 마음속에는 미움과 원망과 불만이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돌아와서 화해한 뒤에 곧바로 반란을 일으킬 준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인죄를 용서하며 화해하는 부왕에 대한 배신이자 불효 막급한 태도였다.
장형 암논이 자기 누이동생을 욕 보였다고 살해한 압살롬이다. 그런데 ‘온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압살롬이 자기 아버지의 후궁들과 동침하였다’(삼하 16:22). 이토록 패륜을 저지르는 불효자였다. 그것도 ‘부왕이 왕궁을 지키라고 남겨둔 후궁들과 동침’함으로써 ‘부왕에게 미움 받을 일을 하였다는 소문을 온 이스라엘이 들으면, 임금님을 따르는 모든 사람이 힘을 낼 것입니다’ 라고 하는 아히도벨의 말을 듣고 한 짓이었다.
모략가 아히도벨의 말을 따라 행동하며 인륜을 저버리게 된 압살롬은 계속되는 모략적인 충고에 따라 다윗 왕을 뒤쫓아 가 쳐서 죽이자는 의견에 동의하는 데까지 간다. 그러나 노련한 다윗이 첩자로 보낸 후새가 정면으로 전쟁을 하는 방향으로 세운 모략이 ‘아히도벨의 모략보다 더 좋다고 찬성하였다’(삼하 17:14). 그래서 양측의 군대가 맞서 싸우게 된다.
후새의 말대로 다윗과 그 신하들은 ‘용사들’이다(삼하 17:8). 과연 ‘다윗은 자기와 함께 있는 백성을 점검하여 보고, 그들 위에 천부장들과 백부장들을 세웠다.’ 그리고 모든 백성을 세 떼로 나누어 각기 사령관에게 맡길 만큼 조직적이었다. 백전노장답다. 그런 만큼 전쟁에 임하면서도 ‘저 어린 압살롬을 너그럽게 대하여 달라고 모든 지휘관에게 부탁하는 말을 온 백성이 들었다’(삼하 18:5)고 할 정도로 자신감과 함께 반란을 일으킨 아들에게 측은한 마음을 나타낸다.
그런 것도 모르고 압살롬은 다윗의 군대와 에브라임 숲속에서 싸움을 하였다. 그날 수없이 많은 군인이 목숨을 잃고, 칼에 찔려서 죽었다. 압살롬이 어쩌다가 다윗의 부하들과 마주쳤다. 압살롬이 타고 있던 노새가 큰 상수리나무의 울창한 가지 밑으로 달려갈 때에, 그의 머리채가 상수리나무에 휘감기는 바람에, 그는 공중에 매달리고, 그가 타고 가던 노새는 빠져 나갔다.(삼하 18:6-9). ‘그는 머리 숱이 많아 무거워지면, 해마다 연말에 한 번 씩 머리를 깎았는데 그 머리카락을 달아보면, 왕궁 저울로 이백 세겔이나 되었다’(삼하 14:26)고 하였는데, 그는 무모하게 울창한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결국 압살롬은 한 때 자신과 아버지 다윗 왕 사이에 화해를 주선했던 요압 장군과 그의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반역과 골육상쟁을 일으킨 압살롬은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죄를 지어도 용서하고 화해하며, 전쟁을 할 수 밖에 없이 되었을 때도 측은지심을 지녔던 아버지 다윗에게 말할 수 없는 불효를 저질렀다. 그 어떤 잘못보다도 부왕에게 상처를 입힌 것은 압살롬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었다.
다윗은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파서 외쳤다.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 압살롬아, 너 대신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삼하 18:33). ‘부모는 산하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한 옛 말처럼 압살롬은 다윗의 가슴에 묻히는 불효자가 되었다.
출처 : 공동체성서연구원 김영운 목사님
우리는 낮에 속하였으니 정신을 차리고
믿음과 사랑의 호심경을 붙이고 구원의 소망의 투구를 쓰자
하나님이 우리를 세우심은 노하심에 이르게 하심이 아니요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게 하심이라
(데살로니가전서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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