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6번 유형 : 이삭
1. 약속으로 얻은 아들 이삭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을 말할 때 그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고향을 떠난 것과, 아들을 점지하시겠다고 말씀할 때 믿고, 약속으로 아들을 얻은 일을 먼저 꼽는다. 아브라함이 100세이고, 사라가 90세 되었을 때 일이니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다음 해 이맘때에, 내가 반드시 너를 찾아오겠다. 그 때에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창18:10). 기다리다 지쳐서 체념하고 포기한지 오래된 상태였다. 성서는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이미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고, 사라는 월경마저 그쳐서, 아이를 낳을 나이가 지난 사람이다’(창18:11). 그러므로 사라는 웃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기력이 다 쇠진하였고, 나의 남편도 늙었는데, 어찌 나에게 그런 즐거운 일이 있으랴! 하고 속으로 웃었다’(창18:12).
이삭의 출생을 살피며 흥미롭게 살필 것이 있다, 아버지에게 긍정적인 유아기를 보내는 에니어그램 6번 유형으로 생각되는 이삭은 하나님께서 아버지가 될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약속하신다. 이와 대조적으로 에니어그램 3번 유형인 사무엘은 아기를 못 낳던 한나의 기도를 들으시고(삼상 1:12-20) 아들을 점지하셨다.
출생 이전부터 아버지의 관심과 애착이 더 큰 사람이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이 되고,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이 더 큰 사람이 에니어그램 3번 유형이 되는 유아기 기원을 재확인 할 수 있을 듯싶다. 6번 유형에게 긍정적인 아버지는 ‘보호자’로서, 3번 유형에게 긍정적인 어머니는 ‘양육자’로서 긍정적 관계를 나타낸다.
이삭은 두드러진 특징을 드러내는 사건이 별로 없다. 그런 만큼 아버지 아브라함의 삶을 따라가며 닮는 것이 근본을 이룬다. 믿음의 조상이 되는 아브라함에게서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시작된다. 하나님과 아브라함이 언약을 맺으니, 새로운 삶의 규범이 시작된다. 이삭은 새로운 삶을 익히고, 새로운 길을 따르는 데 최선을 다 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새로운 믿음의 길, 영성의 길을 개척하며 세우는 것이 아브라함의 소명이었던 것처럼, 다음 세대인 이삭에게는 그 길을 지키고 따르며 충실하게 수호자로서 사는 것이 소명이었다. 전통을 시작하고 세우는 일이 중요한 만큼 그것을 계승하며 발전시키는 것만큼 또한 중요하다. 6번 유형 이삭의 특징이다.
에니어그램 9번 유형은 에니어그램의 대표라 할 만큼 크다. 모든 것을 끌어안고 포용하는 품이 크다. 건강한 9번은 근면하고 활동적이며 큰 지도자가 된다. 보통 아들들이 아버지를 넘어서야 할 벽으로 느낀다. 하물며 착하고 순종적인 이삭이 태산과도 같은 아버지를 넘어선다는 것은 더욱 큰 숙제였을 것이다.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이 ‘주어진 문화’ 속에서 규범을 따라 사는 충실형이요, 순응형이라는 특징이 이삭에게서 나타나는 것은 제 2대 믿음의 조상이 되는 인물에게는 숙명적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 아브라함은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장본이기에 그 언약을 따라 믿음으로 살았고, 그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인정받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음으로써, 이니시어티브를 잡고 믿음의 삶을 산 ‘원조’였다. 다음 세대인 이삭은 ‘주어진 문화’로서 언약과 믿음을 따르며 지키는 계승자로서 수호자가 되었다. 충실한 사람의 소명이다.
2. 성실한 아들 이삭
믿음의 조상들, 곧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이름은 하나님이 시내 산에서 모세에게 자기를 계시하실 때에 쓰였다. ‘너희 조상의 하나님, 곧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 말씀하시며 ‘이것이 영원한 나의 이름이며, 이것이 바로 너희가 대대로 기억할 나의 이름이다’라고 계시하신다.
이 믿음의 조상들은 에니어그램으로 비쳐보면, 아브라함은 9번 유형이요, 이삭은 6번 유형이요, 야곱은 3번 유형이다. 그들도 격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던 모습이 성서에 나타나있는 것을 모두가 기억한다. 그러나 변화와 성숙으로 각기 덕목을 살리게 됨으로써 믿음의 조상다운 삶을 살게 되었던 점을 아울러 기억한다. 두 번째 믿음의 조상인 이삭은 여러 면에서 아브라함이나 야곱과 대조를 이룬다. 이 점에서도 그가 6번 유형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음을 본다. 충실하고 성실하고 순종적이다. 질서, 규칙, 명령을 잘 지키며, 그런 것을 어기거나 벗어나는 일을 되도록 안한다. 누가 봐도 착하고 편하다는 인상을 풍긴다. 이삭이 바로 그런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의 전형이라 하겠다.
아브라함의 믿음을 생각하면, 아들을 바친 순종을 떠올린다.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쳐라’(창 22:2) 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아브라함이 순종하였다. 그 아버지에게 이삭이 순종한다. 아버지가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모형이라면, 아들은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모형이다. 6번 유형은 아버지나 아버지 같은 권위가 있는 사람에게 순종하고 의지한다. 그것이 때로는 의존성이 된다. ‘이삭이 젖을 떼는 날에 아브라함이 큰 잔치를 벌였다’ (창 21:8)고 한 경우를 봐도 이삭의 착하고 순한 모습만 연상하게 된다. 오늘날까지도 근동지방에서 아이가 젖을 떼는 날에 잔치를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당시에 아브라함에게는 얼마나 자랑스런 일이었을까 쉽게 짐작이 간다. 그런데 ‘이집트 여인 하갈과 아브라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이삭을 놀리고 있었다’(창 21:9).
평생 아기를 낳지 못하던 사라가 비록 ‘집안의 대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기의 몸종 하갈을 통하여 아들을 얻고자 하였을지라도, 막상 그 사이에서 이스마엘이 태어난 이후에 사라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컸을까를 짐작할 수 있다(창 16:5). 오랫동안 속에서 끓던 감정이 이제 자기 아들이 놀림 받는 것을 보고 폭발하였다. 어머니 사라의 격노가 이스마엘과 그의 어머니 하갈을 쫓아내게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어리기는 하지만 이삭은 배경 속에 잠잠히 있다. 놀림은 받아도 착하게 견디기를 잘 하는 6번 유형은 자라면서도 착하고 성실하게 자란다. 그러나 정 못 견디면 돌출행동이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순하게 견딘다. 그래서 때로는 답답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성실하게 순종하는 이삭의 이미지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모리아 산으로 가서 번제물로 드리는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아브라함이 번제에 쓸 장작을 아들 이삭에게 지우고’(창 22:6) 간 것을 보면 아들이 그 만큼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서에서 그 나이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랍비 전승에 의하면 이삭이 35∼36세 정도 되었을 때로 추정한다. 그는 거역하지 않고 순종하였다.
사라가 세상을 떠난 때에 이삭이 37세였다고 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물로 드리게 될 것을 알고 그 충격으로 죽었다는 전승이 있다. 장성한 아들이 아버지에게는 순종하지만 어머니의 상심과 충격 또한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장가를 들게 되었을 때도 어머니를 사랑하는 이삭의 성실성은 돋보이게 나타난다.
3. 수호자 이삭
어려서부터 아버지 말씀을 잘 듣고 따르는 6번 유형은 질서, 규칙, 명령을 잘 지키며 자란다. 크면서 자연히 전통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된다. 뭔가 잘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은 한편으로 잘 못 지키거나 벗어나거나 어긋나면 어쩌나 하고 불안하며 걱정하기가 쉽다. 이삭도 그런 성향을 띄고 살았을 것이다. 아버지 그늘에서 피동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장성하여 장가를 들 때가 되었을 때도 그의 아들 야곱이 후일에 장가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야곱은 그의 외삼촌과 적극적으로 계약을 맺고 노동의 대가로 아내를 얻게 된다. 여기에 비하여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이 계획하고 주선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 아브라함이 자기의 늙은 종을 자기의 고향 메소포타미아로 보내어 ‘이삭의 아내 될 사람을 찾겠다고’(창 24:4) 맹세하게 한다. ‘절대로 나의 아들을 그리로 데려 가지 말아라’ 하고 명령한다. 그리고 리브가를 데려오게 한다. 그만큼 이삭은 배경 속에 있다.
아브라함의 늙은 종 엘리에셀이 아브라함의 친척 가운데서 리브가라는 ‘매우 아리따운’ 처녀를 데리고 돌아온다. 엘리에셀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이삭은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그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이삭은 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위로를 받았다(창 24:67). 어머니를 추모하는 예식과 함께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전통을 지키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수호자로서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인 이삭은 믿음의 조상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한 번도 이름이 바뀌지 않았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야곱’이 ‘이스라엘’로 바뀐 것과 대조를 이룬다. ‘수호형’답게 가나안을 굳게 지킨 듯하다. 가나안에서 나서 가나안에서 죽기까지 한 번도 떠나본 일이 없다. 흉년이 들었을 때에도 이집트로 가지 않고 가나안에서 살았다. 흉년이 들었을 때 ‘이삭이 그랄의 블레셋 왕 아비멜렉에게로 갔다.’(창 26:1). 하나님의 약속을 따라 거기서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 사람들이 이삭의 아내를 보고서 그 여인이 누구요? 하고 그에게 물었다. 이삭이 대답하였다. ‘그는 나의 누이요’. 이삭은 자기 아내 ‘리브가가 예쁜 여자이므로, 그곳 사람들이 리브가를 빼앗으려고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창 26:7).
수호형의 성향은 한편으로는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 위기를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 생기고 따라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대체로 기우가 많은 유형이다. 심하게 두면 퇴화의 방향으로 옮겨 가면서 에니어그램 3번 유형의 격정인 기만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평소 성실하던 사람도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기에 이른다.
모리야 산에서 번제물로 드려질 뻔 했을 때 이삭이 경험한 충격과 공포는 깊은 상처 trauma가 되었을 것이다. 그 충격으로 사라가 세상을 떠났을 정도로 심각하였던 것이다. 격정에 사로잡히면, 공포가 커지고, 기만하는 데까지 몰려간다. 이런 상처가 씻겨지고 치유되면 복이 된다. 마침내 거짓말 사건이 풀리면서 아비멜렉 왕과 화해하게 되었을 때 이삭은 더 큰 복을 받는다. ‘상처가 복’ Blessure이 된다.
이삭이 복을 받고 부유하게 되었다. 그러자 ‘블레셋 사람들이 그를 시기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비멜렉이 이삭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서 떠나가시오. 이제 당신은 우리보다 훨씬 강하오.’(창 26:16). 성실하게 사는 수호자가 받는 복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4. 하나님만 의지하는 이삭
에니어그램 6번 유형 이삭은 누가 봐도 좋아할 사람이고 편한 사람이다. 늘 안전을 바라고 지향하기에 충실하지만 왠지 불안감이 따라붙는다. 공격을 당하거나 비판을 받아도 방어 위주로 산다. 이삭이 그랄 평원에서 우물을 파는 사업을 할 때 일도 그렇다. 우물을 파서 물이 솟아나는 샘 줄기를 찾아냈을 때에도 다툼이 일어날 때마다 이삭은 자리를 ‘옮겨서, 또 다른 우물을 팠는데, 그 때에는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창 26:22).
다툼을 피하고 편한 쪽을 택하려는 성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우유부단하거나 지나치게 조심하거나 망설이는 인상을 준다.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은 그래서 9번 유형과 함께 대체로 보수적 성향에 강하다. 갈등이나 다툼을 피하려는 만큼 안전을 택하다보면 현상유지 쪽으로 기울기 쉽고 따라서 변화와 도전에 소극적이기 쉽다. 그래서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버지를 믿고 의지하는 패턴이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패턴으로 변화하고 성숙하면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은 누구보다 용기 있고 성실한 사람이 된다. 평소에 우유부단하고 나서기 꺼려하던 인상과 전혀 다르게 해결사로 등장한다. 이삭이 그랄 사람들에게 시비를 당하고 압박을 당했을 때에도, 맞서서 다투지 않았으나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끝내 누구도 더 이상 도전하지 못 할 경지에 이른 것이 그런 용기와 해결사의 능력을 입증한다. ‘이 세상 모든 민족이 네 씨의 덕을 입어서, 복을 받게 하겠다. 이것은 아브라함이 나의 말에 순종하고 나의 명령과 나의 계명과 나의 율례와 나의 법도를 잘 지켰기 때문이다.’(창 26:4-5). 이와 같은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은 이삭이 하나님 외에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무것도 없음을 믿고 살 때, 비록 여기서도 피동적으로, 이삭이 아닌 아브라함의 믿음을 보고 축복하신다고 하셨으나, 이삭은 가장 용감하게 살면서도 자기의 책임에 충실하였음을 본다. 6번 유형이 이런 경지에 이르면 믿음의 바탕에서 스스로 성실과 용기와 책임이 배합된 삶을 살기에, 편안하고 행복하고 힘차게 살 수 있다. 동시에 누가 봐도 ‘참으로 복 받은 사람이구나’ 하며 감탄하게 된다.
아비멜렉이 친구 아훗삿과 군사령관 비골을 데리고 그랄에서 이삭에게로 왔다. 이삭이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이 나를 미워하여 이렇게 쫓아내고서, 무슨 일로 나에게 왔습니까?’ 그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는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심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와 당신 사이에 평화 조약을 맺어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와 언약을 맺읍시다.’(창 26:26-28).
시기하고 미워하며 쫓아냈던 사람들이 이삭이 막강해진 것을 보자 겁이 났던 것이다. 하나님만 의지하는 이삭은 그런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복수를 할 생각을 안 하고 살지만, 그랄 사람을 대표하여 아비멜렉 왕이 군사령관을 대동하고 와서 평화조약을 맺자고 한다. ‘당신은 분명히 주님께 복을 받은 사람입니다.’(창 26:30)하고 그들이 말하는 데서 이삭은 인정을 받는다.
하나님께 복을 받고 사람들에게 칭송 받은 이삭은 이름 그대로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았기에 믿음의 조상들 가운데 최장수를 기록하였다. 어머니 사라는 125세에, 아버지 아브라함은 175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삭은 180세까지 장수하였다. 40세에 결혼하여 60세에 득남하는데, 쌍둥이 아들 에서와 야곱을 얻었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가나안을 떠나지 않고 살았던 이삭은 사건을 특기할 만한 일은 많지 않았어도 그의 이름은 성서에 132회나 등장한다. ‘평범이 위대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드는 인물이 곧 이삭이다.
출처 : 공동체성서연구원 김영운 목사님
이삭이 거기서부터 브엘세바로 올라갔더니
그 밤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이 번성하게 하리라 하신지라
(창세기 26: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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