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삶3 - 초심(初心)

나효선 2008. 11. 17. 15:15

  요새 스트레스가 없다는 일인용 소파를 구입했는데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가죽에 흠이 생겨서 스트레스가 생길 뻔 했다. 몇 년 전부터 사고 싶어서 벼르다가 샀는데 어떻게 하다가 흠이 생겼나 생각하느라…

그러다가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물건의 노예가 되지 말라.”

내 물건을 내가 주인이 되어서 편안하고 유용하게 써야지 물건의 노예가 되어서 물건에 흠이 생길까 물건을 관리하느라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면 주객전도(主客顚倒)하게 된다.

새로 산 물건, 새로 이사한 집 등에 처음 쏟는 관심은 매우 크다. 깨끗하게 쓸고, 닦으며 관리를 하지만 결국 헌 물건, 헌 집이 된다. 시간이 지나다보면 처음과 같은 관심과 기대감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물건과 달리 정신·영혼은 낡은 정신, 낡은 영혼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정신·영혼의 날을 벼리어서 날마다 새로운 날이니 처음처럼 날을 세워야 한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살고 있는데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고정 관념에 빠져서 고정된 방법으로만 살아나가려고 하면 발전이 없다.

 

  나의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걸어서 평안남도 개천에서 만주로 가고, 42세에 미국에 가서 접시닦이를 하면서 대학원 공부를 하셨다. 어머니는 춘천에서 원산 루씨고등여학교로, 서울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로 돈도 없으면서 가서 일등만 하여서 장학금을 타고, 일을 하여 돈을 벌어가며 공부하신 ‘개척자’들이셨다.

 

  나는 28년간 교사생활로 쉴 틈이 거의 없이 바쁘게 지냈고, 18개월간 간병인으로 생활하다가 어머니가 소천하신 후 이제 막 날개가 돋아났다. 다시 온전한 여왕으로 등극했다. 나의 왕국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다. 날개가 말라서 힘이 생기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고 싶은 대로 갈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개척하는 도전정신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안정감이 좋다. 나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면 생각이 많고, 겁이 많아서 시작하기가 힘이 든다. 교사생활을 할 때도 아는 일, 하던 일이면 잘 하는데 새로운 일은 겁내는 경향이 있었다.

부모님은 개척정신이 강하셨는데 나는 도전보다는 안일함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앞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지도자가 없으니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면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 지금 겪는 생소한 일들로 신경 쓸 일이 너무 많고 힘이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짐한다. “어머니의 팔이 굳어지기 전에 편 사람이 너야. 그런 일을 경험했으니 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니?”

또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어머니의 어록을 생각한다.

“보호해 주어서 고마워.” “함께 있어 주어서 고마워.” “내가 부족한 게 있어도 나이 많은 늙은이라 그런 거니 이해해 줘.” “그렇게 열심이냐. 용타.”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모자람과 같다.)” “Thank you.” “I love you.”

 

  흐린 정신, 혼탁한 영혼이 되지 않도록 매일 ‘나의 마음 다스리기’에 노력하고, 영적 전쟁에서 마귀의 침투를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고, 승리하도록 노력한다.

 

  원하던 물건을 새로 갖게 되면 기뻐하며 아끼는 마음으로 다루듯이 내 정신과 영혼이 올바르고, 건전함을 처음과 같이 유지하도록 늘 기도하고, 성경말씀을 깨달으려고 노력하고,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공급받아서 영혼을 살찌우고, 하나님의 뜻에 맞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한다.

 

“주께서 사랑하시는 형제들아 우리가 항상 너희에 관하여 마땅히 하나님께 감사할 것은 하나님이 처음부터 너희를 택하사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과 진리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게 하심이니 이를 위하여 우리 복음으로 너희를 부르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데살로니가후서 2장 13~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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