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찔림과 은혜
‘나이 사십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있다.
나는 얼굴만으로 학생들에게 경기를 일으키게 하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였다. 2000년 생활지도부에서 교통안전지도 및 생활지도를 맡았는데 매일 등교시간 40분전에 학교에 가서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니 나만 보면 손이 머리에 올라가서 머리핀을 단정하게 꽂고 교복 매무시에 신경을 썼다. 그러다보니 수업 시간이 되거나 복도에서 심지어 길거리 몇 미터 전에서도 내 얼굴을 보면 반사적으로 경기를 일으키듯이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하기 전에 손이 머리부터 가는 것이다. 철저히 생활지도를 하니 나를 보면 매무시를 단정히 해야겠다는 강한 의식이 심어진 것이다. 1년쯤 지난 후 학교 근처 빵집에 가니 주인이 나를 알아보았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차로 데려다주는 등굣길에 나를 매일 보았다는 것이다.
2007년에는 ‘내 얼굴은 전도지’라는 것으로 『2008년 등급 사경회』에서는 “얼굴만 봐도 은혜가 됩니다.”라는 것으로 얼굴에 대한 큰 과제를 부여받았다.
2007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영남선교대회의 전도교육 내용에 '내 얼굴은 전도지'라는 표현이 있어서 얼굴 표정을 짓기에 매우 고심했다. 아직은 내 얼굴을 보고 나이보다는 어리게 보아주지만 어머니는 “너는 웃으면 예쁜데 입 다물고 있으면 골난 사람 같아.”하신다. 그러니 실실 웃고 다닐 수도 없고, 얼굴 표정을 구기고 다니면 안 되고,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할까? 입 꼬리를 올려야 하는가? ‘김치, 치즈’ 등 사진을 찍을 때 하는 말을 하면서 웃어야 할까? 특히 8월 23일 영남선교대회 당일에는 더 긴장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반듯하고 마음을 감동시키는 전도지가 될 수 있는지…
2008년 1월 20일 저녁부터 23일 오전까지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도봉지방 등급 사경회(査經會, Bible Class)가 도봉감리교회에서 열렸다. 저녁부흥성회 강사로 인천내리감리교회의 김흥규 목사님이 오셨는데 아버지의 S. M. U. 후배이신 분이다. 제일 먼저 하신 말씀이 바로 “얼굴만 봐도 은혜가 됩니다.”라고 옆에 있는 성도들과 인사를 나누라는 것이다.
'내 얼굴은 전도지'에서 나아가서 “얼굴만 봐도 은혜가 됩니다.”의 수준을 요구하니 이는 작년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학생들이 내 얼굴을 보면 교칙을 지켜야한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찔림을 받아 머리 및 복장 매무새를 가다듬었듯이 내가 무언가에 찔림을 받아 성화된 것이 얼굴에 나타나야 한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에는 ‘라사행 목사님의 딸’이 나의 찔림이었다. “라사행 목사님의 딸이에요.”하면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내가 동안(?)이어서... *^.^* 아버지의 주치의도 나에게 “할아버지가...”라고 말을 했다. 아무튼 부모님의 누가 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했다.
근래에는 ‘십자가’가 나의 찔림이 된다. 십자가 목걸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십자가 목걸이는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드러내기가 저어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가면(페르소나)을 쓰는 것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속마음이 바로 표정에 드러난다. 싫거나 못마땅한 일이 있으면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표정에 드러내니 잘못하면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덕이 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월 14일 큰맘을 먹고 십자가 목걸이를 구입해서 목에 걸었다. 나의 교만이나 잘못함을 막는 찔림의 효과를 줄 수 있는 십자가를 지니기 위함이다.
생명문 교회에서 20개월 된 어린 심성보가 요즘 기도 끝에 ‘아멘’하는 것을 배워서 또렷한 목소리로 “아멘”을 한다. 그 얼굴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즐겁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앞니가 빠진 전진이 한글을 깨우쳐서 찬송가를 부르고 주기도문을 하니 해맑은 그 얼굴을 보면 사랑스럽다. 교인들이 식사한 후 설거지를 열심히 하는 박정연 집사님의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
나는 오늘도 고심을 한다. 어떻게 해야 “얼굴만 봐도 은혜가 됩니다.”가 될 수 있을까?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도록 오래된 그리스도인이지만 이제 사경회 1년급을 이수한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된 자’(대전에 있었고, 학기 중에 열린 때는 참석을 못했다.)이므로 영적인 내공(?)을 많이 쌓아야겠다.
내 안에 사랑, 행복, 감사와 평안 등이 충만해야 그것이 저절로 우러나와 은혜가 가득하여 얼굴에 광채가 나며 남에게 은혜를 끼칠 수 있게 된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서 “얼굴만 봐도 은혜가 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도록 노력한다.
“이스라엘의 온 백성은 분명히 알아 두시오.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예수를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주님이 되게 하셨고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찔려 베드로와 사도들에게 "형제 여러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하셨다. "회개하시오. 그리고 여러분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시오.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사도행전 2장 36절∼38절)
하나님 나라에 계시는 육신의 아버지 라사행 목사님의 기일이다.
2000년 2월 1일 23시55분 소천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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