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평온과 변화의 때

나효선 2008. 3. 8. 00:08

평온

  “어제와 같다는 것은 지루함이 아닌 평온함을 뜻하는 현상입니다.”

2월 18일 강남역 앞에서 무심코 받은 가수 장윤정 콘서트를 홍보하는 과자에서 나온 종이에 적혀있는 글이다.

  28년 동안 대전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수학여행이나 직원연수로 여행을 떠날 때는 재미가 있고 삶의 생동감을 느꼈지만 나 개인의 생활은 그날이 그날인 단조로움이어서 변화를 꿈꾸며 답답해 할 때가 많았다. 명예퇴직을 한 후 잠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닐 때는 좋았지만 또 ‘그날이 그날인 생활’이 되니 하나님이 약속하신 나의 새로운 삶의 때는 언제인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겠다고 하면서도, 섭리를 기대하겠다고 의연한 척 하면서도 답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와 같다는 것은 지루함이 아닌 평온함을 뜻하는 현상입니다.”라는 글을 보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고 감사함이 솟아난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는 생활을 해야 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지 못했음을 반성하게 된다. ‘그날이 그날인 생활’은 평온함이다. 하나님의 축복이다.

변화

  나의 첫째 조카 김현근은 미국에서 고등학교 때 전 과목 점수가 ‘A’ 이었다.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운동도 잘해서 예일대학교에 가고 의사가 되었다. ROTC 장학금을 받았기에 졸업 후 해군장교로 복무하였다. 그런데 의무를 마친 후에는 의사생활을 하기가 싫다고 뉴욕에 가서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이모의 영향을 받았나?)

  2001년 9월 11일 학교 출근길에 테러에 의해 수많은 사망자 및 부상자가 났음을 알고 의사자격이 있으므로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자원봉사를 했다. 그러더니 다시 의사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2002년 9월 11일 친구를 만나러 오토바이를 타고 버지니아 주로 여행을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어깨뼈가 부서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폐 밑에 피가 고여서 오른쪽 폐를 절개하는 수술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다. 그 비용이 $400,000가 넘었다. 8월말까지만 교사자격이 있는데 보험료를 더 내면 연장이 된다고 해서 다행스럽게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서 $6,000정도를 지불했다고 한다.

몸이 다시 건강하게 된 후 존스홉킨스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과정을 마쳤다.

2005년에는 하버드대학원을 나온 한아이린과 결혼을 했다. 지금은 시카고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

평온과 변화의 때

  “선생님은『내가 즐겁게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 남들도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일』을 찾아서 새로운 삶을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7년 2월 23일에 한 퇴임사이다.

  1년이 지났으나 아직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전에 미국 시카고에서 일자리 제의를 받은 바는 있다. 큰조카의 아들 매튜를 돌봐달라는 것이다. 내가 중학생일 때 조카를 많이 업어주었다. 한 번 마루에 떨어뜨린 적이 있는데 언니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바보가 될까봐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혹시 그 덕분(?)에 천재가 되지는 않았는지...

  큰조카 밑으로 조카가 10명이나 있으니 앞으로 아기들을 낳으면 노후대책은 든든하겠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두 언니와 오빠가 미국에 갔지만 나는 갈 생각이 어려서부터 전혀 없었다. 마음 편하게 우리나라에서 살 것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 어미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쪼개 되는데 이것을 '줄' 이라 하고, 어미닭이 그 소리에 반응해서 바깥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탁' 이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이 '줄탁'은 어느 한쪽의 힘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야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껍질 안의 병아리가 힘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껍질 바깥 어미 닭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병아리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지요. / '놓쳐서는 안 될 좋은 시기(時機)'를 비유 ≫

내가 새로운 삶을 살 준비가 되면(줄啐), 하나님께서 (탁啄) “나와라” 하실 것이다.

  그런데 ‘껍질 속에 안주하는 평온함만을 추구하다가 부화하지 못하고 곯아버리지는 않을까? 이러다가 생기를 잃어버리고 화석으로 굳어버리지는 않을까? 딱딱한 껍질을 여린 주둥이로 쪼려니 아프지는 않을까? 감당할만한 새 세상일까?’ 생각만 많이 한다.

  귀를 뚫기 전에는 몇 년씩이나 아플까 몹시 걱정만 했는데 해보니 별 것이 아니었던 경험을 했고, 감당할 수 있는 것만을 주시는 하나님이심을 알고 있지만 세상 염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나님의 섭리의 때에 잘 맞추어야 하는데 어리석은지라 ‘때를 분별하는 지혜를 주십시오.’ 기도드린다.

현재의 평온함에 감사하며 변화에 대한 꿈을 잃지 말고, 생명력을 향상시키도록 준비를 잘해야겠다.

 

  ‘믿음과 순종의 기름을 준비하고 소망의 심지를 돋우고 깨어 기다리는 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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